말기 암환자는 못 받는 암 치료보험금..."'직접적 치료' 해당 안돼" 거절
말기 암환자는 못 받는 암 치료보험금..."'직접적 치료' 해당 안돼" 거절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09.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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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치료’ 아니라 보험금 못 받아
“보험약관, 선의적 목적 넓은 맥락 해석 필요” 지적

#40대 초반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 위암 4기로 진단 받았다. 수술을 시도했지만, 이미 암은 복막까지 전이된 상태였고 음식섭취를 위한 위공장문합술만 받고 6개월에서 1년의 잔여수명을 선고받았다. 현재 A씨는 암이 뼈까지 전이된 상황이며 요양병원에서 항암연명치료를 받고 있다.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A씨는 최근 한 대형 생명보험사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 회사의 보험금 지급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손해사정센터가 A씨에게 "약관상 말기암 환자에게는 암입원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선의 차원에서 50%만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또 만약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암입원 보험금은 물론 같은 기간의 실손보험금도 지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혹스런 제안이었지만 당장 치료가 급한 A씨는 어쩔 수 없이 제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

이 생보사가 말기 암환자의 암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A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약관에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약관상 ‘직접적인 치료’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회사 측이 말하는 ‘직접적인 치료’는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암 수술 등이다. 이를 제외한 치료는 간접치료 또는 요양치료로 보고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말기 암환자는 ‘직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보통 말기 암환자의 경우 극심한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진통제 투여 정도가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말기암환자의 이 유일한 치료방법이 보신용 목적의 보존적 치료로 보고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결국 말기 암환자는 암보험에 가입했어도 암치료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암보험 약관에 ‘직접 치료’라는 단어는 지난 1997년 이후 상품에 추가됐다. 이후 암보험금 미지급 분쟁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암입원비상품 명칭을 명확화하기 위해 약관을 개정했다. 하지만 암보험 미지급 분쟁은 줄지 않았고, 결국 올해 초 암보험금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약관을 변경했다.

한 손해사정사는 “말기 암환자의 경우 개복이나 개융을 했을 때 직접치료가 불가능해 오로지 연명치료만 가능한데, 보험사는 ‘직접적인 치료’라는 약관상의 이유만으로 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약관 해석은 선의적인 목적도 있는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한 잣대만 갖고 지나치게 깐깐한 해석을 하고 있다”며 “말기 암환자의 경우는 보험약관의 해석을 넓은 맥락에서 해석한다면 치료보험금 지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금이 지나치게 지급될 경우 전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에 보험사와 지급업무를 담당하는 현장부서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에 있어 깐깐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금 지급과정에서 고객이 부당하다고 느끼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승소할 확률이 매우 낮고 암환자나 그 가족들이 입원비 때문에 소송까지 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