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앞둔 DLF 손실규모 '미·중 무역협상'에 달렸다
만기 앞둔 DLF 손실규모 '미·중 무역협상'에 달렸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9.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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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하나은행 손실률 각각 -63.2%, -46.4% 확정
다음달 초 미·중 무역협상 앞두고 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첫 손실률이 확정된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다른 DLF의 손실 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채금리가 떨어질수록 손실 규모가 확대되는 구조의 상품인 만큼 국채금리에 영향을 줄 요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재료는 다음 달 초 열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손실률이 확정된 가운데 다른 DLF 손실 규모를 결정할 요인들에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손실률이 확정된 가운데 다른 DLF 손실 규모를 결정할 요인들에 금융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DLF의 2차 만기 손실률은 -63.2%로, 1차 만기 상품(-60.1%)보다 손실률이 확대됐다. 손실률을 결정짓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가 -0.527%(19일 기준)로 1차(-0.511%) 때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독일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엔 브렉시트 등 유럽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이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책 마련 등이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컸다.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뤄왔던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초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상대국에 대한 일부 추가관세를 유예하는 등 분쟁 완화 조짐이 포착되면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에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줄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국채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달 초 -0.7%까지 떨어졌던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는 20일 기준 -0.522%까지 회복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DLF 손실률도 90~100%에서 60%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의 첫 만기 손실률도 기존 70%에서 40%대까지 올랐다. 오는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이 상품은 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주로 판매한 '메리츠 금리 연계 AC형 리자드' DLF로, 손실률은 -46.4%로 확정됐다. 이 상품은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상품의 손실률은 한때 70%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두 금리가 미·중 무역분쟁 완화 조짐 등으로 반등하면서 손실 규모가 줄었다.

시장 전문가들도 지난 19~20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무역협상 실무급 회담을 앞두고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글로벌 국채금리 상승을 예측하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초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미·중 양측 모두 협상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가시화 하고 있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며 스몰딜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스몰딜 합의 기대감이 당분간 유지될 경우 최근의 금리 상승처럼 위험자산 선호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중 무역협상 실무협상단 회담 직후 중국 협상단의 미국 농가 방문이 취소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철회 등 '빅딜론'을 주장하면서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커지며 국채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정부가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회하고 트럼프도 스몰딜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등 미·중 무역협상 기대가 높아져 글로벌 주식시장이 견고한 움직임을 보였고 국채금리도 상승했다"며 "그래서 19~20일 있을 미·중 실무급 무역협상에서 관세 철회 등 큰 변화보다는 해결될 만한 작은 부문을 합의하는 스몰딜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트럼프가 이를 뒤로하고 빅딜 주장으로 말을 바꿈으로써 시장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양대 결정요인은 미 금리정책과 미중 무역분쟁"이라며 "9월 중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를 고무시켰던 미중 무역협상의 순항 조짐은 지난 주말 크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똑같이 양적완화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내려갈 때가 있고 올라갈 때가 있는데 시장에는 금리가 선반영되고 난 다음에 조금씩 후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래도 그런(미·중 무역협상) 이슈들은 분명히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