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의 쓴소리…"경제, 버려진 자식됐다"
박용만 회장의 쓴소리…"경제, 버려진 자식됐다"
  • 이연춘
  • 승인 2019.09.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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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요즘 우리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 같다"는 말로 정부·정치권에 각종 법·제도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격한 갈등에 대해서는 원만하게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18일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요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모두가 총력 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인데 경제 이슈를 놓고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경제는 국민의 살림살이이고, 이 살림살이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정치·사회 이슈가 과연 무엇인지 많은 걱정과 회의가 든다는게 그의 얘기다.

박 회장은 주요 국가들의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공격으로 인한 유가 폭등 우려 등 대외 리스크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이 자체로도 대단히 어려운데 우리 내부를 봐도 시원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제도 등이 시대에 맞춰가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들에 단기간 내에 원가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각종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인 상황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고, 정치도 계속 끝없는 대립의 연속"이라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대내외 요인이 한두 개만 쌓여도 상당히 힘든데 지금은 종합세트로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되면 기업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국민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현재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은 빨리해내서 대외적인 요인을 상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국내 4대 대기업에 드는 삼성·LG, LG·SK가 상호 비방전에 대해 "개별 기업 간 분쟁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만하게 빨리 해결되길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게 맞다"고 전제한 뒤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갖는 상징성과 중량감을 감안해서 (재판부가)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올해 성장률이 2% 초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연구기관들의 예상을 인용하면서 "OECD 국가 중 중간 정도 성적에 해당해 굉장히 빨간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국가 재정으로 충당한 성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정이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성장률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회장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이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는 데 대해 자각하고 있고 정부도 공정 경제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개선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학습 효과를 통해 변화가 정착하는 것을 시간이 걸려도 지켜보고 기다려달라"고 언급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