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 vs LG, '8K TV' 논쟁…"선의의 경쟁 필요할 때"
[이슈분석] 삼성 vs LG, '8K TV' 논쟁…"선의의 경쟁 필요할 때"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9.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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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흐려) 꺼진 줄 아셨죠, 이게 QLED입니다." vs "OLED TV, 8K 동영상 재생하면 (화면이) 이렇게 깨집니다"

지난 17일 글로벌 프리미엄 TV시장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 기술을 놓고 뜨거운 논쟁을 펼쳤다.

앞서 이달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이파)'에서도 '8K TV의 화질 기술'을 놓고 한차례 기싸움을 벌인 데 이어, 국내에서 또 다시 신경전을 이어간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국내 업체끼리의 집안싸움이 자칫 후발주자인 경쟁사들만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의 패널비교|LGE 제공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의 패널비교|LGE 제공
논란의 쟁점…'화질선명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두고 쟁점으로 삼고 있는 부분은 바로 '화질선명도(Contrast Modulation, CM)'다. LG전자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의 표준규격을 근거로 들며, 삼성전자의 'QLED 8K TV'가 8K 해상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LG전자는 앞서 삼성 QLED 8K TV의 가로 CM이 12%에 그친다고 밝힌 상태다. 8K TV의 CM은 50% 이상이 넘어야 하는데, 삼성 QLED TV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는 이날 오전 설명회에서 "QLED 8K TV의 실상은 국제 규격에 한참 못미친다"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된 규격에 따라 제대로된 8K TV를 내놓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이날 삼성 QLED TV와 자사 나노셀 TV를 직접 비교 시연하며 CM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의 시연에선 CM 값이 떨어지는 삼성 8K TV가 LG제품에 비해 컬러감이나 선명도가 떨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강조하는 CM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8K TV의 기준은 LG전자가 강조한 CM이 아니라 8K 해상도를 판단할 수 있는 밝기, 컬러볼륨, 화질처리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CM은 1927년에 발표된 개념으로 물리적으로 화소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던 것"이라며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의 평가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K 화질은 CM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밝기와 컬러볼륨 등 다른 광학적인 요소와 화질 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가 중점적으로 비교한 CM 대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 스트리밍 시연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을 보였다. 먼저 8K 이미지 파일을 USB에 옮겨 TV에 띄운 결과, 삼성전자의 QLED 8K는 작은 글씨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반면 LG전자의 8K OLED와 8K 나노셀(Nano-Cell)TV는 글씨가 뭉개져 제대로 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의 시연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양사의 시연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두 제품 비교에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삼성전자 제공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삼성전자 제공
국내 업체의 집안싸움…우려도 커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1·2위이기도 하지만, 현재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QLED와 OLED 양 진영을 이끌고 있는 양대산맥이기도 하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 2분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1.5%(금액 기준)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LG전자는 16.5%로 2위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이처럼 양사가 8K TV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IHS 마킷에 따르면 8K TV 판매량은 지난해 2만대 미만에서 올해 31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른바 8K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이야기다.

양사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8K 초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해 분위기를 장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처럼 양사의 소모적인 신경전이 자칫 후발주자인 중국, 일본, 대만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개최된 IFA에서도 샤프, 소니, 하이센스 등이 8K TV를 전면에 내세우고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는데 상황에서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소모적인 신경전은 후발주자들에게만 좋은 일"이라며 "QLED와 OLED진영의 선두 업체들로서 자사 제품의 특징을 토대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