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화장빨' 세우는 45년 패션명가 LF, '해외 깃발' 승부수
[기자들의 팩자타] '화장빨' 세우는 45년 패션명가 LF, '해외 깃발' 승부수
  • 전지현
  • 승인 2019.09.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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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국내 최초 고급 기성복 패션명가 LF. 패션 전통강자였던 LF는 2014년 LG패션에서 사명을 LF로 바꿔단 후 적극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는 중입니다. 종합생활문화기업을 위해서죠. 이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화장품 사업입니다.

LF 첫 자체 여성화장품 '아떼'가 오는 10월 드디어 베일을 벗습니다. LF는 프랑스 수입브랜드 ‘바네사브루노’의 세컨드 브랜드 ‘아떼’로부터 화장품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습니다. 천연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지향 화장품을 콘셉트로 기초화장품 15종 및 색조화장품 40종 등 55종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사진=LF.
사진=LF.

클렌징과 기초, 색조 화장품 등 전반적인 화장품 분야에 맞는 전략 상품을 내놓은 후, 내년 초부터 상품을 보강할 계획인데요. LF는 일단 중고가 가격대로 구성해 대형 백화점 등에서 유통한 뒤,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 비건 화장품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단 각오죠.

물론 LF의 화장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LF는 지난 2016년 프랑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불리(BULY)1803'과 체코 화장품 브랜드 ‘보타니쿠스’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영업권을 획득해 판매하는 유통 형식으로, 자체 브랜드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것은 지난해부터였습니다.

LF는 화장품 사업에 발을 들인 2년만인 지난 2018년 9월 남성 화장품 라인 ‘헤지스 맨 룰429’를 출시하며 자체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올해 10월 여성 화장품 시장에도 자체 화장품을 내놓으며 보폭을 넓힐 것을 예고했습니다.

K-뷰티 인기에 이미 너도나도 진출한 레드오션으로 평가받은지 오래입니다. 이런 분야에 LF가 발을 내딛는 것은 다소 늦은 것 아니냔 시선이었는데요.

하지만, LF는 단순 화장품 시장 진출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었습니다. LF 한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보단 브랜드 라인 확장 개념"이라며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광폭 영역 확대 LF, 레드오션 화장품 시장 진출의 속내는?

1974년 반도패션으로 시작한 LF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급 기성복 기업이었습니다. LF의 전신인 반도패션이 소속됐던 반도상사는 1966년 가발 제조업으로 경영 전기를 맞은 후 1970년 럭키 섬유인수를 통해 봉제업에 진출하면서 LF 태동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고, 1974년 명동에 반도패션 매장을 오픈하며 국내 기성복 시장에 문을 열었죠.

패션 전통강자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던 LF에 변화가 생긴 것은 2014년입니다. 당시 LG패션이란 사명을 지금의 LF로 바꾸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을 통해 식음료와 외식사업,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보육서비스, 방송, 부동산신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죠.

헤지스 남성화장품. 사진=LF홈페이지 캡쳐.
헤지스 남성화장품. 사진=LF홈페이지 캡쳐.

이 일환으로 화장품사업에도 발을 들여 수입유통으로 기반을 다지며 조직 정비에 들어갑니다. LF는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서 손희경 상무를 영입, 코스메틱 사업부를 꾸리고 화장품 신사업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1년 뒤 남성 캐주얼 의류 브랜드 헤지스를 통해 남성 화장품 시장에 뛰어듭니다.

사실 헤지스 남성화장품 시장 진출은 LF의 새로운 먹거리 전략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명품 브랜드들은 기본 브랜드에 기반을 둔 하위 브랜드, 즉 '서브브랜드'를 통해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 전략을 펼쳤죠.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 새로운 타깃층을 공략하는 것인데요.

앞서 전세계적으로 번진 패션업의 장기불황에 부침을 경험한 LF는 패션사업이 정체성을 띈다는 점에서 갖고 있던 보유브랜드 정리에 나선 바 있었습니다. 대신 LF 해지스 브랜드를 통해 라인업을 확대합니다. 서브 브랜드 대신 패션을 벗어난 아이템 확장으로,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 진출지역을 넓히기 위해서였죠.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럭셔리 브랜드 수용은 화장품, 향수, 립스틱 등 ‘스몰 럭셔리 그룹’-지갑, 가방 등 액세서리-빅로고 의류와 로고리스 의류-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소품 등 순으로 단계가 분류됩니다.

즉,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선 싸이즈나 유행 주기 등 국내와 다른 트렌드 서클과 소비자 수용 단계를 고려한 진입장벽 낮추기 일환으로 패션보다 화장품을 선택한 것입니다. 브랜드 라인을 확장시켜 볼륨을 극대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해외로 발판을 넓히겠단 전략이 깔린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론 헤지스 서브 아이템 브랜드 상표권을 내주는 전략도 펼칠 것으로 전해집니다. LF가 여타 보유 브랜드 외 헤지스를 선택한 데는 브랜드 이름과 이미지에 따른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또 헤지스는 남성 캐쥬얼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이후 여성, 골프 등 다양한 라인을 확보해왔고, 이후에도 정체성에 한계 없이 추가 라인업이 가능해서죠.

현재 남성케쥬얼 브랜드로 지난 2000년 론칭한 LF의 헤지스는 2005년 여성라인, 2008년 액세서리 라인, 2009년 골프 라인에 이어 2013년에는 아이웨어(안경&선글라스), 2016년과 2017년에는 침구와 주얼리 라인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 외형 확대와 함께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비건 화장품으로 동남아 중동으로 수출길 '활짝' 열다

그렇다면 아떼는 어떨까요. 아떼는 프랑스 명품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바네사브루노’가 1997년 론칭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서브 브랜드입니다. 바네사브루노 아떼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띄고 있으나, 그간 화장품 사업은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LF 첫 여성 화장품 아떼 로고. 사진=LF.
LF 첫 여성 화장품 아떼 로고. 사진=LF.

LF는 바네사브루노 아떼의 명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을 다지겠단 전략입니다. 헤지스와는 '해외 진출'이란 목표는 같지만, 방식이 다른 셈입니다.

이를 위해 LF는 바네사브루노로부터 아떼브랜드에 관한 코스메틱 상표권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는 글로벌 상표권도 포함됩니다.

LF 관계자는 "화장품에 관한 브랜드 상표권을 얻어온 것이기 때문에 오너십이 LF에 있다. 원칙적으론 프랑스까지 화장품으로 진출 할 수 있는 셈"이라며 "화장품 아떼를 통해 해외 백화점 등에 진출한 뒤 유통 등의 인프라를 확보해 LF의 다른 브랜드 및 의류의 진출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F가 아떼 콘셉트를 일반 화장품이 아닌 비건 화장품 지향으로 잡은 것도 할랄 인증을 받아야하는 동남아 및 중동으로의 진출을 염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국내보단 해외시장 확대를 염두한 LF로썬 레드오션인 화장품 시장 진출이 필수였던 셈이죠.

패션업계 강자에서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는 LF. 해외에서도 다양한 아이템으로 명성을 높여 K-뷰티에 이은 K-패션 명성을 드높여 주길 바래봅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