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고민과 선택 "불편한 과제 정규직 논란"
[기자수첩]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고민과 선택 "불편한 과제 정규직 논란"
  • 구남영 기자
  • 승인 2019.09.1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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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시끄럽다.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조원들이 "1500명 전원을 즉각 직접 고용하라"며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를 시도하고, 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사장과 면담을 요구한다"며 사장실이 있는 20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부상자도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톨게이트 직원(요금수납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불편한 현실'에서 촉발됐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법원 판결 이후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내놓았다. 이 사장은 "대상자 745명 중 이미 자회사에서 근무 중이거나, 정년이 지난 수납원을 제외한 499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 1116명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만, 요금수납원들이 직접 고용이 되더라도 기존에 하던 요금수납 업무를 유지할 수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도로공사는 직접고용을 하게되면 버스정류장이나 졸음쉼터, 고속도로 환경정비 업무 등의 조무 직무를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측은 요금수납 업무 일체를 지난 7월 설립한 자회사에 넘긴 만큼 이들에게 도공소속으로 수납원 업무를 맡길 방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일각에서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도로공사 정규직 논란은 우리 사회가 한 번은 직면해야 할 '불편한 과제'가 그대로 응축돼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하이패스'가 상당부분을 접수했다. 요금수납 자동화가 일상이 돼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공지능 등 산업 진화에 따른 일자리 이동 현상은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하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또 하나는 '한정된 정규직'를 둘러싼 '기회'와 '과정'의 문제다.

공기업 정규직은 이땅의 20·30대 청년세대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수년째 고시학원을 전전하며 공기업 입사를 위해 땀흘리고 있는 청춘들이 우리 주변에는 적지않다. 문제는 그 자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톨게이트 노조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입성할 경우, 공기업 지망생들의 기회는 그만큼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이강래 사장은 9일 간담회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요금수납원 6500명을 직접고용하면 도로공사 직원이 1만4000명에 달한다"며 "그러면 구조조정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 도로공사는 조직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도로공사 직원은 지난해 6300명 수준었으나 안전순찰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7300명으로 늘었다. 이 사장은 "도로공사 몸집이 1년새 2배로 커졌다"며 "그러면 구조조정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그렇게 돼왔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직이 급격하게 비대화할 경우,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도로공사 사태를 바라보는 '댓글여론'도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노조원들에게 냉담하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른바 "(정규직화) 과정이 공정한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이디 <bloo****>는 "처음부터 비정규직인거 알고 들어가놓고는 떼쓰는거 보소. 정규직되면 감사한거고 안되면 어쩔수없는거지 뭐. 당연한 권리인양 저러는거지"라고 적었다. 아이디 <vict****>는 "웃긴 사람들이다. 시험쳐서 당당히 공사에 입사해라. 손만 내밀어 돈 받는 주제에 무슨 전문직인양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거냐. 몇년간 독서실에서 직장공부하는 청년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고 지적했다.

아이디 <lgb0****>는 "하이패스가 아닌 교통카드 자동결재 시스템으로 무인화 추구해서 인원 제로화 하는 시대에 전원 직접 고용하라고? 들어올때는 용역회사 입사해서 공사직원 되게 해달라고 하는게 말이되냐?"라고 반문했다. 아이디 <noog****>는 "톨게이트 업무같은 것은 머지않아 사라질 직업인데. 줄여도 모자랄판에 직접고용이라니? 아무리 공공기관이라지만 너무 미래생각 안하는거 아닌가"라고 적었다.

​도로공사 측은 최근 대법원 판결취지를 존중해 소송당사자들을 직접고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원의 판결에는 통상 보편적인 시대정신이 반영된다. 또 시대정신은 시간 흐름과 함께 변화하고 진화한다. 다만 대법원의 이번 판결문에 과연 '과정이 공정한가'를 지적하는 '댓글민심'이 반영됐는 지는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이강래 사장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이 어떤 선택을 할 지 20대 청춘들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비즈트리뷴=구남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