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LG화학-SK이노 '배터리 갈등', 잘잘못 가려야 미래도 있다
[기자들의 팩자타] LG화학-SK이노 '배터리 갈등', 잘잘못 가려야 미래도 있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9.11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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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SK이노베이션이 6월 국내에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미국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LG화학은 이에 대한 맞대응 과정에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 제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 다양한 화두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국내 배터리 기술 유출’이나 ‘중국 배터리 업체의 반사이익’, ‘대화의 필요성’까지 거론됩니다. 배터리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히면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1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서로에 대한 소송전 중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는 SK이노베이션은 내심 ‘대화와 화해’를 내비추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특허 소송이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무관하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고 있다”고 말할 정도죠. 

동시에 자사의 특허소송이 승소할 경우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 거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LG화학은 좀 더 강경한 입장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100명에 가까운 LG화학의 특정분야 인력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던 만큼 소송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죠. 회사 측은 최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 제기도 검토 하고 있습니다.

LG화학 측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그만두고 소송에만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하기를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LG화학도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손해배상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전제하고 있죠.

SK이노베이션에서는 당연히 이 전제를 수긍하기 힘들 겁니다. 현재까지 양사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 일각에서는 추석연휴 이후 양사 대표이사의 회동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제 화해나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업계에서는 SK그룹, LG그룹 총수간 회동을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또 일본의 수출 규제 공동대응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기술의 해외유출, 분쟁에 따른 기회손실로 해외 경쟁사만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여기에는 미래 먹거리 기술을 두고 ‘왜 국내 기업끼리 싸우고 있느냐’는 정서가 반영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국내 기업끼리 왜 싸우느냐 정도로만 볼 사안은 아닙니다. 더구나 잘잘못은 분명하게 가려야 양사의 발전이나 한국 배터리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도 모두의 이익일 겁니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한 쪽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이 있어야 이후 업체간 협력이 가능해질 수 있고, 나아가 양사, 또한 관련업계 모두가 더 돈독한 협력관계 정립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소송의 결과입니다. 실제 기술에 대해 민감한 ICT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ICT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간 영업비밀, 특허 침해 소송은 드문 일이 아닌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및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다는 점 때문에 본질이 호도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부당하게 침해한 영업비밀이나 특허가 인정된다면 마땅히 배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CEO가 이를 단순히 대화로 무마하는 것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국내 전자, IT업체들은 ICT에서 소송에 대한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와 방비도 잘 돼 있는 편이죠. 천문학적인 액수의 소송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번 갈등을 키운 국내 배터리 업체간 인력관리와 기술관리, 특허관리 등에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국내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선두권을 달리는 두 업체간 갈등은 어쩌면 성장통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