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카드·종금 품고 종합금융그룹 '발돋움'
우리금융, 카드·종금 품고 종합금융그룹 '발돋움'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9.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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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늘리며 '사업다각화'...주가부진은 '우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가 손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지난 1월 지주사 출범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목표에도 한층 가까워졌단 분석이다.

◆지분 인수로 비은행부문 경쟁력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리카드 지분 100%를 넘겨받는다.

이번 계약은 올해 6월 우리금융이 현금 및 신주 발행을 통한 주식교환 방식으로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카드 지분 100%를 사들이기로 한 데 따른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지분을 넘기고 우리금융 주식 4210만3377주(지분율 5.83%)와 현금 5984억원을 취득하게 된다.

같은날 우리금융은 우리종합금융 지분 59%도 우리은행으로부터 현금 3927억원을 주고 인수한다.

우리금융은 이번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그동안 다른 금융그룹 대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비은행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그룹 자산비중의 97%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비은행부문에서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다. 우리금융이 올해 초부터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등 비은행 계열사 확보에 공을 들여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앞서 4월 우리금융은 동양·ABL자산운용을 인수했고, 7월엔 국제자산신탁과 대주주 유재은 회장이 보유한 지분 65.74%를 취득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또 자회사 우리은행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하며 카드영업 확대 발판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이 우선매수권(지분 74%)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캐피탈도 현재 인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료제공=우리금융지주, 한화투자증권
자료제공=우리금융지주, 한화투자증권

◆금융그룹 덩치 커져...계열사간 시너지 기대

이처럼 광폭적인 인수·합병(M&A) 행보로 우리금융은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 구축은 물론 금융그룹으로서의 규모도 키울 수 있게 됐다. 특히,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룹의 중장기 비전인 '40-40-40' 달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40-40-40' 비전은 2~3년 내 그룹의 비이자·비은행·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주 내용으로, 손 회장이 7월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룹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카드와 종금이 지주 자회사로 들어와도 아직까지 은행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기존에 비중이 97~98%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줄은 편"이라며 "이번에 자산운용사나 신탁사 지분 인수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내년에 보험사나 증권사를 인수하게 되면 다른 금융지주랑 대동소이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부진·은행 'DLF 사태'는 풀어야 할 숙제

종합금융그룹을 향해 순항하는 듯한 우리금융에도 고민거리는 남아있다. 

현재 우리금융은 주가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우리은행이 우리카드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보유하게 될 우리금융지주 지분 때문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지주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6개월 내 이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금융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향후 우리은행이 지주 지분 매각 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우리금융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1만2100원으로, 상장 첫날인 2월 13일 종가(1만5300원) 대비 20.9% 하락했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종금 지분 인수계약을 결정했던 6월 21일 종가(1만4000원)에 비해서도 13.6% 빠졌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되고 있는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도 우리금융에 고민거리다. 이번 사태로 우리금융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져 주가 약세 흐름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도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지주사들도 은행 수익에만 기대는 영업을 계속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어서 원신한이나 원펌KB처럼 계열사가 협업해서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그런 와중에 DLF가 터진건데 DLF사태는 은행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금융그룹으로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기업한테 특히 좋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금융 측은 해외 투자자를 통한 대량 매각 방식 등 손실 방지와 주가 부양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6개월 내 매각해야 하는 지주 지분은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할 것은 아니고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량 매각할 예정이고, 지금도 중동이나 여러 투자자들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6개월의 시간이 있는 만큼 부동산신탁사나 자산운용사 인수 등 성장 가능성이 커 주가 상승 여력도 있다"고 전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