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증권 ‘호주 부동산 펀드’ 투자 관련 문서 입수…'의문' 많은 딜이었다
[단독] KB증권 ‘호주 부동산 펀드’ 투자 관련 문서 입수…'의문' 많은 딜이었다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09.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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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A Capital은 2년도 안된 신생 회사, ”누가 봐도 문제가 있었다”
호주 현지 펀딩 실패 후 '부동산 호갱' 많은 한국 시장 ‘접근’
국내 여러 금융사에 오퍼..KB증권은 보다 발전된 제안서 받아 검토
미회수 326억원 두고 장기 소송전 될 듯

지난 4일 KB증권은 자신들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에서 운용한 'JB 호주 NDIS펀드'에 대해 긴급자금회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출 차주가 약정과 달리 매입하기로 한 아파트 대신 일반 토지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으로 기관투자자 2360억원, 법인 및 개인투자자 904억원, 총 32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이 투입됐다.

이 투자는 KB증권 Wholesale(홀세일) 부문 국제영업본부 산하 국제금융부가 딜소싱(Deal Sourcing)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상품 담당 부서장과 준법감시인 등이 포함된 WM상품전략위원회와 신탁부문리스크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모두 거쳐 판매가 결정된 상품이다.

이 거래의 대출 차주는 호주 회사인 LBA Capital(엘비에이 캐피탈)이다. 비즈트리뷴은 LBA Capital이 딜소싱을 위해 국내 금융사에 제출한 자신들의 회사 및 투자 관련 내용이 담긴 소개 문서(Investment Teaser)를 단독 입수했다.

◆ NDIS는 무엇? 국내에 생소한 부동산 콘셉트

KB증권이 가져온 LBA Capital의 제안은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 주택(SDA) 매입에 대한 투자다. 지난 2013년 호주 정부는 ‘영구적이고 치명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보험복지제도(NDIS: 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를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46만명의 호주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SDA는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가장 심각한 중증장애인 대상의 무상 임대 주택 복지 제도다. 이 임대 주택은 일반인이 개발부터 투자, 운영을 할 수 있으며, 복지 대상자가 해당 주택에 입주하면 정부가 NDIS에 할당된 자금으로 임대료를 100% 지급한다. 

‘JB호주NDIS펀드’는 바로 이런 제도 아래서, 아파트를 매입해 장애인 거주용으로 리모델링 후 임대해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 호주 현지에서 펀딩 실패…한국 시장 ‘접근’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 조건으로 보이지만, 비즈트리뷴 취재 결과에 의하면 LBA Capital의 투자 제안은 정작 호주 현지에서 자금 모금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BA Capital은 대출 또는 공동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새로운 정책이 도입된 지 1~2년 밖에 되지 않아 세부 정책과 주거 시설 확립이 미흡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에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후 이 제안은 홍콩에서 현지 브로커를 통해 국내에 오게 되고 중대형 금융투자사들에 소개됐다.

KB증권뿐 아니라 다른 금융투자사들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이 가운데, KB증권을 제외한 곳들은 검토 결과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KB증권의 경우 기자가 입수한 문서보다 발전된 상태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취재됐다. 국내 금융사들이 LBA Capital의 초기 제안에 의문을 품고 신뢰를 갖지 못하자, 추후 구체적 투자 방안을 마련해 '재도전' 한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관계자는 "초기 제안서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서에는 국내펀드가 1) 대출을 시행(NAB은행에 개설되어 있는 에스크로우 계좌에 송금)하며, 2) 인출선행조건 충족시, Escrow(에스크로우)계좌에서 차추측 인출 후 부동산 취득, 3) 취득된 부동산은 부동산신탁(Unit Trust)에서 관리 및 JB자산운용은 해당 부동산 신탁에 대한 1순위 질권확보 등이 명시돼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제안서에는 현지 디벨로퍼(Developer)의 재매수약정, 담보대출원리금 보장보험(=Lenders Mortgate Insurance) 등 만기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주NDIS펀드'의 투자 구조 일부, LBA Capital의 회사 소개 및 투자 제안서 발췌 / 비즈트리뷴
'호주NDIS펀드'의 투자 구조 일부, LBA Capital의 회사 소개 및 투자 제안서 발췌

◆ ”누가 봐도 문제가 있었다”… 의문 많았던 회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LBA Capital에 대한 정보와 신뢰도 부족이 이번 딜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LBA Captial은 지난 2018년 4월에 설립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회사다.

실제 비즈트리뷴이 LBA Capital이 국내 금융투자사에 제출한 회사 및 투자 소개 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서류상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소개 문서 내에 기입된 실제 차주(LBA Capital)와 아파트 매입 및 NDIS-SDA 사업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Living Bright)가 달랐다.

문서상에서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은 KB증권의 차주인 LBA Capital이 아닌 Living Bright(리빙브라이트)였고, 이곳은 LBA Capital의 모회사로 기입돼 있다.

Living Bright 홈페이지 캡쳐 / 비즈트리뷴
Living Bright 홈페이지 캡쳐

Living Bright는 정부 인가를 받은 장애인 복지시설 운용권(라이선스)을 가진 회사다. 라이선스가 없으면 장애인 복지시설 목적의 건물을 매입할 수도 운용할 수도 없다. LBA Capital이 자금을 끌어오면 Living Bright가 매입해 운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추후 이 부분이 LBA Capital이 KB증권과 계약대로 아파트를 매입하지 못한 데 원인이 됐는지는 현지 법 등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모회사의 라이선스가 있어도 매입을 못한 것인지, 안한 것인지도 쟁점이 될만한 부분이다.

차주인 LBA Capital이 법적으로 모회사의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빙브라이트와 LBA 사이를 법적으로 증빙할 만한 내용도 없었고, 누가 실제 투자의 주체인지도 애매했던 것으로 안다”며 “LBA Capital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류에 기입된 ‘투자 대상’에는 아파트라고 분명히 명시 돼있다. 매입하려는 아파트의 지리적 이점과 아파트 내부 컨디션, 보안 수준까지 설명돼 있었다. 결정적으로 보험복지제도(NDIS)를 기반으로 5.5%(쿠폰)의 안정적인 보장이익으로 약 14%의 임대수익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매입하려는 아파트의 이름, 주소, 매입하려는 수량 등 가장 기본적인 투자 정보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몇 채를 사려는 계획도 없었다더라”며 “너희가 원하는 만큼 사겠다며 3000억원 정도 주면 몇 백 채는 살 수 있다고 했다는데, 대출이면 이게 담보가 돼야 하는 상황인데 상당히 불안한 투자 제안인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KB증권 측은 "우리가 받은 최종 제안에는 대출이 나가는 시점에서 매입할 자산의 호실수 및 전체 매입대상 자산에 대한 목록이 기확정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 회수 덜 된 자금…장기전 될 듯

KB증권에 따르면 전체 투자자금(3264억원) 중 현금 62%(2015억원)는 이미 회수했으며, 나머지 38% 가운데 28%는 자산동결을 통해 순차적으로 회수할 방침이다. 나머지 10%(326억원)에 대해서는 호주 LBA 법인과 등기 임원 3명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회수할 예정인데, 이 10%의 회수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나머지 300억원은 실제 회수를 못할 가능성이 높은 금액”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도 상대 회사가 개인의 잘못, 일탈로 ‘꼬리 자르기’를 해버리면 복잡해진다. 이 상품은 리테일도 들어간게 문제다. 개인돈이 물려 있는 건데, 만약 손실이 나면 투자자들이 일부 자금을 잃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업계에서는 손실이 날 경우, 규모는 최소 300억원, 최대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 부동산 ‘호갱님’ 한국…해외 투자 ‘주의 요망’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앞다퉈 해외 부동산에 적게는 몇 백억원에서 몇 천 억원 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잘만 되면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체투자처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한국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경험이 없는 해외 신생 사모펀드사까지 한국에 발을 들이는 판국이 됐다.

글로벌 부동산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며 “현지 정보를 제대로 알고 하는 사람이 없다. 전문성은 물론 딜 소싱 능력이 미흡한 이들이 실적 부담에 겁없이 도전하는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사를 해도 현지 차주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대주에서도 로펌을 자문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비용절감을 이유로 차주에서 선임한 로펌을 통해 투자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