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트래버스, 전례 없던 압도적인 크기의 쾌감
[시승기] 쉐보레 트래버스, 전례 없던 압도적인 크기의 쾌감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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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트래버스는 최근 출시된 콜로라도와 함께 한국GM의 부활을 책임지는 야심작이다. 무엇보다 수입차 브랜드로서의 쉐보레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한국GM은 고객 설문을 통해 국내 출시를 희망하는 차종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트래버스의 출시를 일찌감치 확정 한 바 있다. 

과연 트래버스는 한국GM의 부활을 책임질 수 있을까.

지난 3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한국GM 트래버스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직접 주행해봤다. 주행 모델은 프리미어 트림으로 시승코스는 서울 잠실에서 양양까지 170km 중 일부와 별도로 구성된 오프로드로 이뤄졌다. 

사실 트래버스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인치에 달하는 휠은 언뜻 보면 다른 평범한 SUV를 크게 확대시킨 것 같은 착시를 준다. 그래서 옆에 다른 차를 세워보면 공간감이 이상해진다. 한국GM의 중형 SUV 이쿼녹스는 트래버스 옆에서는 마치 소형 해치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사진=한국GM
사진=한국GM

착시가 깨지는 것은 실내에 들어갈 때다. 우선 황당할 정도로 넓은 실내에 놀라게 된다. 특히 감명 받은 것은 3열을 피고도 준중형 SUV 정도의 적재공간이다. 트래버스의 적재공간은 3열을 피고도 651리터에 달한다. 3열을 접을 경우에는 1636리터의 적재함이 확보된다. 

트래버스의 전장은 5200mm로 동급 최장이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5040mm보다 160mm가 더 길고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보다 220mm가 더 길다. 전폭도 2000mm로 익스플로러와 팰리세이드보다 각각 5mm, 25mm 더 넓다. 

특히 3073mm에 달하는 축거는 실내 공간이 얼마나 넓게 설계됐는지를 반증한다. 이 크기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미니밴 카니발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넓은 만큼 쾌적하기는 두말 할 것 없다. 2열에 적용된 독립식 캡틴 시트는 시트가 다소 딱딱한 감이 있지만 레일을 끝까지 밀지 않더라도 다리를 꼬고 앉을 정도의 여유가 된다. 3열에 성인이 타더라도 큰 불편함이 없다. 2열 시트를 접고 3열에만 앉을 경우 다리를 쭉 피고 타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다만 주행감은 사람에 따라 다소 낯설 수 있다. 잠실에서 올림픽대로에 진입하자 노면 요철을 밟을 때마다 차체가 출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수입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의 서스팬션이 다소 딱딱하게 세팅되는 것과 달리 부드러운 느낌이다. 이를 전형적인 미국 SUV의 세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트래버스에는 5링크 멀티 서스펜션이 적용돼 있다. 이 서스팬션이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오프로드다. 자칫 혀를 깨물 것 같은 거친 오프로드 주행에서 서스팬션이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면서 상당히 쾌적한 승차감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한국GM
사진=한국GM

가솔린 엔진 특유의 빠른 응답성이 돋보이는 가속 능력도 발군이다. 3.6리터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는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m를 보여준다. 2톤이 넘는 차체지만 급경사의 언덕길도 힘들어 하는 기색 없이 올라선다. 

일주일 앞서 출시된 쉐보레 콜로라도와 같은 엔진이지만 콜로라도의 가속력이 ‘야생마’ 같은 느낌이었다면 트래버스는 세련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이날 트래버스로 170km 구간을 주행한 이후 평균연비는 6.7km/L를 기록했다. 트래버스의 공인연비는 8.3km/L로 팰리세이드의 9.3km/L(가솔린 기준)보다는 낮지만 익스플로러의 7.6km/L보다는 높다. 이날 시승이 다소 과격한 주행으로 이뤄졌던 만큼 조금 더 안정적 주행을 한다면 연비는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트래버스에 반자율 주행 기능이 빠진 것은 아쉽다. 차간거리 경보기능과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등을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를 지원하지만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한국GM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추가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래버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수입차로 4520만원부터 5522만원까지 5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이는 팰리세이드 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싼 수준이지만 익스플로러 보다는 트림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저렴한 가격이다. 

이 때문에 트래버스의 성공 여부는 국내 소비자가 이 모델을 수입차로 인지하느냐, 국산차로 인지하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빼고라도 동급 최대라는 타이틀을 트래버스가 가져가게 됐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지 않을 전망이다. 어쨌거나 레저용 패밀리 SUV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트래버스는 그 자체로 ‘끝판왕’이 될 것 같다. 

[비즈트리뷴(강원도 양양)=강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