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짧아진 여름에 행복한 비상걸린 패션家, 전략 수정ing
[기자들의 팩자타] 짧아진 여름에 행복한 비상걸린 패션家, 전략 수정ing
  • 전지현
  • 승인 2019.09.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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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선선해진 날씨가 시작됐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9월 중순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올해의 경우 처서를 기점으로 일교차가 커지고, 아침 저녁으로 다소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여름이 짧아지는 등 예년과 다른 기온 패턴을 보이고 있죠.

이는 날씨 영향을 받는 패션업계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것인데요. 최근 여름과 가을 사이 '선선한 여름'이 지속되면서, 간절기 의류 및 가을 의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일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 8월22일부터 28일까지 여성 롱셔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배 이상(436%) 상승했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가볍게 착용하기 좋은 프릴 블라우스(94%) 판매도 2배 가까이 신장했습니다.

가을 패션의 정석으로 볼 수 있는 프린트 셔츠와 트렌치 코드도 각각 28%와 7%씩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죠.

특히 남성 가을의류의 대부분이 판매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남성들도 가을 의류 구매에 적극적인 모습인데요.

남성 체크 셔츠(142%)와 니트 조끼(157%) 판매가 약 2.5배, 라운드넥 가디건은 70% 늘었죠. 트렌치코트는 여성 신장률이 7%였던 것에 반해 남성의 경우 47%나 신장했으며 남성 트렌치코트의 판매 신장률은 6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밖에도 바람막이 점퍼(35%)와 야상 점퍼(28%) 스트라이프 셔츠(24%)가 모두 20~30%의 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 8월말부터 간절기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힙니다. 최근 몇년새 '겨울 같은 봄', '여름 같은 가을'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은 4월 혹은 10월 이후에나 봄·가을상품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패션업계에서는 봄과 가을 등 간절기 상품보단 겨울과 여름 상품에 집중하면서 간절기 패션은 사라진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봄·가을 의류에 대해 간절기 패션이 자리를 확고히 잡았지만,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면서 간절이에 대한 상품 집중도가 떨어진 것이 5~6년 이상"이라며 "간절기 상품은 스팟성(단발적)으로 전개, 반응 좋은 상품은 리오더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중단하는 등 물량을 축소하고 아이템이나 디자인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재고부담을 줄여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가을이 들어선 패션 매장 쇼윈도

이례적인 날씨 영향에 패션업계는 분주한 채비에 돌입했습니다. 세정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이 흐름에 따라 가을상품 판매 전환을 앞당겼고, 그 결과 자켓, 점퍼류 등 상품 판매가 전년 동기간(8월26일~9월1일) 대비 약 3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판매에 활력을 띄고 있습니다.

가을 필수 아이템인 스카프도 전년 대비 빠르게 판매 증가하면서, 겨울 초반물량 조기 출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간절기 및 이른 겨울을 대비해 경량다운을 올라이트다운이라 새로 이름짓고 222종의 세미 맞춤형 스타일로 선보이며 8월 선판매에 돌입, 출시일자를 전년 대비 앞당겼습니다.

특히 이랜드 '올라이트다운'은 10월 초반을 디데이로 대대적으로 경량패딩 리오더 및 상품 추가 업그레이드 진행할 예정입니다. 토종 브랜드 상품의 힘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고, 유니클로 경량패딩을 넘어서도록 2차 발주량은 고객반응에 따라 획기적(1.5배~2배)으로 늘릴 계획이죠.

매장 쇼윈도 전경도 달리지고 있습니다. LF가 전개하는 헤지스(HAZZYS)는 예년보다 앞당겨 이미 매장에 경량패딩이나 트렌치코트를 디스플레이 했습니다. 미쏘 역시 간절기가 길지않아 갑작스러운 추위에도 대비할수 있는 재킷위주로 상품구비, 재킷의 두께감을 살려 추석 이후 매장에 순차적으로 디스플레이할 계획이죠.

온라인쇼핑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G마켓은 가을 패션 상품 특가를 마련, 크로커다일레이디 간절기 패션, 닥스 남성셔츠, 유아동 브랜드 블루독 트렌치코트/사파리 상품 등을 특가에 판매 중이고, 옥션은 데일리룩 스타일을 제안하는 온라인 쇼룸을 선보였습니다.

◆훨훨 나는 '뽀글이 재킷'의 비상 기대

여름 '래쉬가드'와 겨울 '패딩'으로 한철장사에 나섰던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플리스'에 거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습니다. '플리스’(Fleece)는 폴리에스테르 원단에 양털처럼 부드러운 파일(pile)이 일어나도록 만든 보온 원단으로, 양털처럼 뽀글뽀글한 형태로 일명 ‘뽀글이 재킷’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휠라 팝콘 보아 플리스(사진 좌측), 밀레 마운틴 스타일 플리스(사진 우측). 사진=각사.
휠라 팝콘 보아 플리스(사진 좌측), 밀레 마운틴 스타일 플리스(사진 우측). 사진=각사.

플리스는 방한효과가 높고 가벼운데 반해 간절기 아웃터로 입다 추워지면 패딩 속 이너웨어로 활용할 수 있어 간절기부터 겨울까지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들은 이미 활용도가 높은 플리스 장점에 이미 지난해 보다 물량확대에 돌입했지만, 빨라진 패션 시계에 맞춰 제품 출시를 다소 앞당겼죠.

특히, 아웃도어와 스포츠 브랜드들은 통상 선판매를 통한 '반응생산'을 하기 때문에 초반에 반응이 좋으면 추가로 물량을 늘려갑니다. 선선한 날씨가 길어질수록 현재 생산 물량에 더해 리오더를 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계속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휠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촉감의 보아 소재를 사용한 플리스 아이템 물량을 전년대비 약 6배 증대해 출시했고, 노스페이스도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핵심 아이템으로 전년대비 2배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9종의 플리스 소재 제품들을 출시했던 밀레는 올해 19종으로 스타일을 다양화했습니다.

국내 패션업계는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입니다. 다양한 타개 방안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불황 속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죠. 이례적인 날씨가 패션업계의 오랜 가뭄 속 단비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