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문제 해결 목적 'ESG채권' 주목하는 금융권, '공익·수익' 두 토끼 잡는다
환경·사회문제 해결 목적 'ESG채권' 주목하는 금융권, '공익·수익' 두 토끼 잡는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9.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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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 공략 늘면서 관심 커져...신한금융 눈에 띄는 행보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흥행 '빨간불' 우려도

금융권이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에 주목하고 있다.

ESG채권은 환경·사회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고 발행하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이다. ESG채권에는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그린본드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 범죄 예방 등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 소셜본드,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의 성격이 합쳐진 지속가능채권 등이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ESG채권 발행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투자영역 확대를 통해 수익도 추구할 수 있어 일석이조란 분석이다.

사진제공=FundsEurope
사진제공=FundsEurope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신한카드와 현대카드가 각각 1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 채권의 평균만기는 4.6년, 평균금리는 1.4%다. 조달된 자금은 오는 추석연휴 중소가맹점 지급주기 단축 등 사회 공공 가치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30일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2400억원 규모의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이번 원화 그린본드의 만기는 2~7년이다. 조달 자금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활용될 방침이다.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ESG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해부터 녹색산업 투자 확대,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 등 구체적인 목표 아래 친환경 경영비전인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이번 ESG채권 발행도 그룹 차원의 'ESG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7월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외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규모는 5억달러(약 6063억원)로, 금리 3.34%, 만기는 10년 6개월이다. 조달자금은 에코 트랜스포메이션 2020 추진을 위한 ESG 관련 사업에 투입될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적극 나선 데에는 해외 보폭 확대와 관련이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장과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도 글로벌 수준에 맞춰 ESG 지표 관리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ESG 투자가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추세인 만큼 ESG채권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ESG펀드(공모·ETF) 자산은 친환경 투자 위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친환경·인프라 사업처럼 미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속성에 초점을 두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친환경·사회나눔·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전략에 반영하는 ESG 시장이 급성장하고 채권 발행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SG채권 발행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차원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ESG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로 채권 발행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 수출규제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국내 금융사들의 ESG채권 발행이 앞으로도 흥행할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가 글로벌 무역분쟁에 취약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가적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하면 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게 되는데, 국내 은행들의 국제 신용등급이 굉장히 좋은 편이지만, 투자자들도 국가적 리스크를 안 볼수는 없다"며 "(현재 한국의 대외적 상황을 보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보단 한 번 더 검토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