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객 중심' 외치던 LG전자, '건조기 논란' 마무리 중요하다
[기자수첩] '고객 중심' 외치던 LG전자, '건조기 논란' 마무리 중요하다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9.02 14:56
  •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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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최근 건조기 먼지 낌 현상 등으로 고객들로부터 논란이 된 콘덴서 자동세척 의류 건조기를 두고 결국 '무상수리'를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판매된 건조기 145만대를 전량 무상수리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은 고객에게 사과한 셈. 하지만 그 과정의 아쉬움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고객 중심 경영'을 외치던 LG전자의 철학을 놓고 보면, 건조기 사태에서 보여준 고객 응대는 경영철학의 진정성마저 흔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의 건조기 무상수리 방침은 지난달 초 고객들의 문제제기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시간이 너무 흘러서 일까.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2개월이 지난 지금, 고객들은 LG전자가 사과의 해결조치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설동협 기자
설동협 기자
 
LG전자는 그동안 건조기를 판매하면서 콘덴서를 자동으로 세척하는 '자동세척 시스템 기능'을 상당히 강조해왔다. 기존 제품 대비 편의성과 위생이 대폭 향상된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제품은 평균 6개월 주기로 업체를 불러 수동 세척을 해줘야했지만, 최근 자동세척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이런 번거로움이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고객들은 자동세척 시스템이 추가된 후로 건조물에 오히려 악취와 먼지가 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만 이같은 문제가 다뤄졌으나, 점차 유사한 사례가 나오면서 네이버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건조기 문제를 공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 소비자들은 LG전자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쇠'였다.
 
결국 고객들이 한국소비자원에 건조기 관련 문제를 신고하는 지경에 이른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건조기 논란이 일던 지난 7월 기준 건조기 자동세척 기능 관련 상담 건수가 3000여건이나 접수됐다. 기존에 소비자원에 접수되던 건조기 관련 민원이 1개월 평균 50~100건 수준이라는 점을 비춰볼 때 눈에 띄게 급증한 수치다.
 
소보원은 '집단 분쟁조정'에 돌입, LG 듀얼 인버터 건조기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게 됐다. 그 결과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고 LG전자는 논란 2개월여만에 무상수리 방침을 밝혔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은 LG전자의 대응이다. 만약 고객 1명, 2명의 문제제기부터 모르쇠가 아니라 적극적인 조치와 개선노력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고객들이 가전명가이자 고객 중심 경영을 믿고 건조기 구매에 나선만큼 '신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LG전자가 지금의 가전명가가 된 것은 제품의 기술력 뿐 아니라 고객들이 인정하는 가전 브랜드이기에 가능했다. 실제 제품의 기술력이 어떻든 간에 LG전자라는 브랜드라면 믿고 구입한다는 고객들의 신뢰도는 컸다.

물론 LG전자 입장에서보면 건조기 사태 초기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140만대 이상 팔린 제품인데 결함을 인정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제품 전량을 고객들이 요구하는 '리콜' 또는 '환불' 해주게 된다면 엄청난 비용손실이 불보듯 뻔하니 말이다. 
 
이런 상황은 역으로보면 LG라는 브랜드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로서는 그 배신감 또한 컸을 것이다. 

현재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소비자원의 시정권고 발표 후,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된 건조기 145만대 전량을 무상수리하기로 한 상태다. 이에 고객들은 LG전자 서비스센터에 요청해 무상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LG전자의 이같은 무상수리 방침에도 고객들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건조기 문제 제기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액션을 취했다는 것과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리콜 등)은 감감무소식이라는 이유에서다.

"LG가 나아갈 방향,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었습니다."
 
올해 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한 말이다.

고객들은 묻는다.
 
과연, 가전명가라 불리는 LG전자가 건조기 논란과 관련해 최소한의 골든타임을 지켰는지. LG의 미래가 정말 고객에게 있다는 진정성은 있는것인지. 국내 145만대 건조기 고객의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