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신간 읽기] 언페어(UNFAIR)
[법학 신간 읽기] 언페어(UNFAIR)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8.3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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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새로운 연구 결과 반영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문제점 분석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480쪽/2만원.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480쪽/2만원.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요즘 검찰 개혁을 주장해 온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놓고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촛불집회도 열렸다. 후보자 개인의 문제에만 논란이 집중돼 있어 법무·검찰 개혁을 위한 정책 구상 발표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선진국인 미국의 사법제도는 어떨까. 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신간 서적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문제점 전반을 다룬 《언페어》가 출간돼 주목을 끈다.

애덤 벤포라도 교수는 “이 책에서 나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나온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존해 미국 형사 사법제도를 해치는 숨은 힘들을 드러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 연구 결과인 참고 문헌 목록은 61페이지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 교수는 “허구가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 존 그리샴의 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고 추천한다. 철저한 자료 분석을 통해 나온 심리학적 통찰과 법률적 노하우를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훌륭하게 결합해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빈틈없이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 기법, 잘못된 기억으로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목격자, 피의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거를 피의자 측 변호인에게 넘겨주지 않는 검사, 사람인 이상 편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는 배심원과 판사 등 실제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지적한다.

또한 미국의 형사 사법절차가 사회적 약자를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법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파괴할 여러 방법 제시, 경찰 심문 과정에서 인지 면담 기법 활용, 법의학 분석 기술 활용, 스마트폰 어플 개발, 사전 형량 조정 제도 개혁, 가상 재판 도입 등 다양하면서도 세세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만 저자는 “안타깝게도 법에 관한 문제가 되면 우리는 바꾸는 데 유독 저항을 하는 편이고, 이전의 법이 더욱 깨어 있고 오류가 없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휘어주지 않는 한 역사의 활궁은 정의를 향해 저절로 휘지 않는다.”

우리의 노력으로 불공정한 사법제도를 보다 정의롭게 바꿔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법무부장관이 임명돼 국민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공정한(fair) 사법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래리 킹과 인터뷰하는 애덤 벤포라도 교수/사진=래리 킹 유튜브 채널 캡처
래리 킹과 인터뷰하는 애덤 벤포라도 교수/사진=래리 킹 유튜브 채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