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 한국 경제] 재계 총수들, 위기돌파 해법찾기 '동분서주'
['조마조마' 한국 경제] 재계 총수들, 위기돌파 해법찾기 '동분서주'
  • 이연춘
  • 승인 2019.08.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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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이 시계제로 상황에 직면하면서 먹구름이 잔득 끼었다. 글로벌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산업계 곳곳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기업 옥죄기 등 내부 악재가 겹쳐져 하반기에 이어 내년 기업 활동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재계 총수들은 위기돌파를 위해 해법찾기에 동분서주 중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1위 글로벌기업 삼성의 경영 행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만약 삼성전자마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고용절벽, 경기침체 장기화라는 도미노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직접 얽히고 설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등 위기돌파 해법 찾기에 나섰다.

현지 경제인들과 직접 만나 최근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를 위해서다. 일본 재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일본 현지의 경제인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재계 총수들은 일본 출장은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태의 '진원지'에서 직접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SK그룹도 향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은 지난달 16일과 21일에 각각 김동섭 대외협력총괄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핵심 부품 공급과 일본 추가 경제 도발 대응 방안 등을 모색했다.

국내 기업들은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후 수출 규제 조치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이 나오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번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애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이를 빌미로 추가 경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에 우리 정부도 맞대응하면서 한일 간 경제교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룹 차원뿐 아니라 계열사를 중심으로 상황 파악에 나서 수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대외불확실이 커진 상황에 국내 경영활동도 규제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소유ㆍ지배구조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대기업 차별 규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대기업차별규제' 조사에 따르면 현행 법령상 기업 규모 기준으로 적용하는 규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규제가 47개 법령에 188개에 달했다.

내용별로 분류할 경우 소유ㆍ지배구조 규제가 65개로 가장 많아 전체의 34.6%를 차지했다. 상법상 대주주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 규제,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 관련 규제 등이 이에 속한다. 다른 국가와 달리 대기업 소유 은행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이 규제로 인해 이른바 '삼성은행', '현대차은행', 'LG은행', 'SK은행'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는 영업규제 24.5%(46개), 고용규제 13.8%(26개), 진입규제 10.6%(20개) 등의 순이다.

법령별로 보면 금융지주회사법(41개ㆍ21.8%)과 공정거래법(36개ㆍ19.1%)에 많았다. 금융지주회사법에는 산업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지분취득 제한, 자손자회사 지분율 규제, 금융사가 아닌 사업회사 투자금지 규제 등 금산분리 규제와 지주회사 행위 규제 등이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상호출자ㆍ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금융사 보유금지 등이 있다. 한경연은 두 법에서 규정하는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는 산업과 금융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 진출을 저해하는 투자 저해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재계 안팎에선 낡은 대기업 차별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법령 제정연도를 기준으로 대기업차별규제는 평균적으로 16.4년간 유지돼 왔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대기업 차별규제는 과거 폐쇄적 경제체제를 전제로 도입된 것이 대다수"라며 "새로운 경제환경에 부합하고 융복합을 통한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