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클로오의 재발견…서킷에서 드러나는 존재감
[시승기] 르노 클로오의 재발견…서킷에서 드러나는 존재감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8.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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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크. 브레이크!”

조수석에 앉은 인스트럭트의 다급한 조언이 들리고 이내 코너 진입 속도를 충분히 낮추지 못한 차는 결국 차체제어장치의 개입을 허용하면서 목표했던 라인을 벗어났다. 옆으로 급격하게 쏠린 원심력에 몸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아드레날린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저 귀엽게만 보이는 르노의 클리오를 몰고 서킷에 올라가서 느낀 것은 의외로 민첩하고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클리오에 인상을 새로 쓰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르노삼성자동차의 시승행사를 통해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클리오 시승을 진행했다. 시승은 태백 스피드웨이의 트랙을 직접 주행하는 것을 포함해 태백에서 서울까지 약 300km구간으로 진행됐다. 

르노 클리오.ㅣ사진=르노삼성
르노 클리오.ㅣ사진=르노삼성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트랙 주행이었다. 사실 우려가 없진 않았다. 클리오의 1.5리터 디젤엔진은 최고출력이 90마력, 최대토크 22.4kg·m를 발휘한다. 스포츠 주행보다는 도심 주행이 적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클리오를 몰고 트랙에 올라간 직후 드는 민첩함을 느끼게 된다. 클리오의 듀얼클러치는 제법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준다. 직선 구간에서는 폭발적이라고 하기는 힘들어도 기분 좋은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돋보인다. 서스펜션이 차체를 꽉 움켜쥐면서 고속구간에서 타이어가 타들어갈 것 같은 구간에서도 단단하게 코너를 공략한다. 횡으로 중력을 한껏 받으면서 코너를 돌고 나며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특히 태백 스피드웨이는 다른 서킷과 비교해서 비교적 직선 구간이 길어 고속주행과 가속, 감속이 빠르게 전환되는 코스다. 이 과정에서 적정 속도와 라인을 찾아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는 상당했다. 차체와 제법 충실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르노삼성
사진=르노삼성

이날 시승에 쓰인 클리오에는 경기용 타이어가 아닌 출시 당시 그대로의 순정 타이어가 탑재됐다.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태 그대로도 제법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트랙 주행이 일반 공도의 주행과 비교해서 차 성능의 한계를 끌어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클리오의 퍼포먼스는 상당한 만족감을 줬다. 

사실 클리오는 국내에서 ‘잘나가는’ 모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 브랜드로 판매되는 수입차로 유럽에서 누적판매량 1400만대를 넘긴 베스트셀링카이지만 올해 7월 누계 판매량은 1389대에 불과하다. 

이는 ‘해치백의 무덤’으로 꼽히는 국내 시장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치백은 이상하게 여성들이 선호하며, 성능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편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은 클리오에게는 다소 억울 것 같다.

클리오는 크고, 쾌적하고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가진 차는 분명 아니지만 적절한 중간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차다. 성인 남성이 타기에 적당한 크기에 일체감과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동시에 17km/L의 경제적인 연비도 가지고 있다. 괜히 유럽에서 베스트셀링 모델이 된 것은 분명 아니다. 

젠(ZEN)과 인텐스(INTENS)의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된 르노 클리오는 지난 4월부터 신규트림 아이코닉(ICONIC)을 출시했다. 클리오의 가격은 젠 트림 1990만원, 아이코닉 트림 2111만원, 인텐스 트림 2320만원이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사진=르노삼성
사진=르노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