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 아냐" 첫 판결
대법 전합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 아냐" 첫 판결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8.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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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 제한되고 양도 가능성도 없어“
통상임금 인정한 원심 파기
'복지포인트의 통상임금성' 두고 엇갈린 하급심 판결 정리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48785)이 나왔다. 사용 용도 및 기간이 제한돼 있고, 양도 가능성도 없어 임금으로 보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복지포인트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내린 첫 판결로,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관련 사건 20여건과 하급심에 계류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2일 서울의료원 노동자 548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복지포인트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법정수당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제도"라고 전제한 뒤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이나 임금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고, 기업 내 복리후생제도와 관련해 근로자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기업복지체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기본법 3조 1항은 근로복지와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는데,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의 하나인 선택적 복지제도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는 취지다.

복지포인트의 사용 용도가 제한되는 등 일반적인 임금과 다른 특징을 가진 것도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여행, 건강관리, 문화생활, 자기계발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되고, 통상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해 양도 가능성이 없다"며 "임금이라고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복지포인트는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에 일괄해 배정된다"며 "우리 노사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의 임금은 쉽사리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박상옥·박정화·김선수·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은 "2010년 근로복지기본법이 선택적 복지제도를 규율하기 전부터 복지포인트가 지급됐다"며 "선택적 복지제도의 근거법령만을 들어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김재형 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복지포인트를 배정하고 근로자가 이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임금 지급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사용자가 배정한 복지포인트 중 근로자가 실제 사용한 복지포인트에 해당하는 금액만 사용자의 임금 지급이 최종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은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온라인이나 가맹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근속연수에 따라 매년 지급했다. 다만 복지포인트가 복리후생을 위한 것일 뿐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정한 뒤 각종 법정수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서울의료원 노동자들은 "복지포인트는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 임금"이라며 통상임금에 포함해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사용자가 복리후생 명목으로 지급한 금품이더라도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없다거나 근로의 양이나 질과 관련이 없다는 등의 사정이 명백하지 않은 한 근로 대가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복지포인트의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어 일반적인 임금과 다르다는 회사 측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금액이 통화로 지급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려온 복지포인트의 임금성과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논란을 정리했다"며 "앞으로 동일한 쟁점 또는 유사 사안의 해석지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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