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남매소송, 1심 판결문 팩트체크 해보니
[단독]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남매소송, 1심 판결문 팩트체크 해보니
  • 윤소진 기자
  • 승인 2019.08.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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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 남동생 정해승 씨와도 22억 소송 중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울PMC(옛 종로학원)의 ‘갑질경영’을 고발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은미 씨가 이미 1심에서 패소해 항소심 진행 중에 청원글을 올린 가운데, 서울PMC는 정 부회장의 남동생인 정해승 씨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1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는 정씨의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등사 신청권은 인정하면서도 “회계의 장부와 서류를 열람 또는 등사시키는 것은 회계 운영상 중대한 일이므로 그 절차를 신중히 해야 한다”며 “회사가 열람 또는 등사를 허용해야 할 의무의 존부 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익배당과 관련해 "원고가 주장한 회사가 이익배당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원고가 이 사건 청구에 이르게 된 계기로 보이는 사정 즉, 2016년부터 원고에게 이익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회사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인 원고가 회사의 회계나 경영에 염려를 품을만한 사정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피고 또는 임원진의 부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여러 의혹은 모두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정해승 씨가 피고에게 별소로 청구한 가수금 채권에 관한 것인 바, 위 채권이 발생했다가 상환된 것으로 피고 회계장부에 기재된 시점은 2004년부터 2006년으로서 이 사건 소제기 시부터 14년 전에 발생한 사정이다"라며 "설령 의혹들이 사실이라 해도 가수금채권의 액수나 발생시기로 미뤄 보아 원고에게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의 실질적 관련성이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계장부 열람신청과 관련, "피고가 주요 사업부분인 학원사업을 매각하고 자의적이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등의 원고가 제시한 추상적 의혹만으로는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해야 할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라 보기 어렵고 그 행위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최소한의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는 정도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가 이미 2016년 12월 원고 요청으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을 허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 이유를 적시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과 제출한 증거만으로 열람 및 등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원이 ‘회사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라’는 판단을 하려면 회사에 부정행위 등이 있었고, 그게 사실일지 모른다는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 생기는 정도면 충분하다”며 "이 사건은 원고의 열람 이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 씨는 이달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태영 부회장이 차명계좌로 회사 자금을 운용해 지분증식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인장이 도용된 문서들이 작성됐으며 ▲‘종로학원’이라는 상표권을 개인소유로 3억원의 로열티를 챙기고, 그 과정에서 학원 상표권과 사업권을 별도로 매각해 사욕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주요사업인 학원 운영업의 독단적 매각과 일방적으로 헐값에 지분을 정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이 같은 문제 등을 이유로 회계장부의 열람·등사를 청구했으나 거부 당해 법원에 소송중이라고 밝히면서 회사 내부감사, 자산매각 등의 타당성 검토와 사업목적 종료에 따른 회사의 해산 결정 조치를 해줄 것을 청원했다. 실제로 1심에서 정 씨는 2013~2017년의 인건비, 임차료, 통신비, 교육비 등의 내역이 있는 회계장부의 열람을 청구했다.

서울PMC 법인 등기부에 따르면 2015년 3월 회사 사업 목적에서 학원 운영업을 삭제했고, 2019년 친환경 농산물 재배업, 농산물 도소매업 등을 추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도 회사 업종은 비거주용 부동산 임대업으로 확인됐다.

정은미 씨의 서울PMC의 주요사업 매각이나 신규사업 진행 등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서울PMC는 이미 한 차례 회계장부를 허용한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 1심에서 제시한 의혹들이 열람청구를 허용할 만한 정도로 소명되지 않아 패소한 점 등이 청원글과 배치되고 있어 항소심에서 열람허용 여부 등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정 부회장과 정은미 씨 항소심 선고기일은 이달 안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서울PMC는 정 부회장의 남동생인 정해승(이루넷 이사)를 상대로 22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