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실적 곤두박질...발목 잡은 車·실손보험 손해율
손보사, 실적 곤두박질...발목 잡은 車·실손보험 손해율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8.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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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中 4곳서 순이익 대폭 감소
'문재인 케어'로 실손보험 비중 높은 손보사 손해율 상승 우려

손해보험사들이 결국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에 주요 손보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손보사 '빅5' 가운데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손보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그래프=김용지 기자
그래프=김용지 기자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었다. 업계 부동의 1위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6656억원) 대비 36.0% 감소한 42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현대해상의 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256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639억원으로 36.1% 줄었다.

DB손보의 경우 3001억원에서 2063억원으로 31.3% 줄었고, KB손보도 1882억원에서 1664억원으로 11.6% 감소했다. 업계 5위권인 메리츠화재만 유일하게 1320억원에서 1361억원으로 3.1% 소폭 올랐다.

손보사들의 실적이 대폭 추락한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증한 탓이다.

우선,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등 보험금 원가 상승으로 손보사 5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대비 7%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0%로 지난해 6월 말(80.6%)보다 9.4%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86.5%로 7.4%포인트, 현대해상은 6.6%포인트 오른 87.0%로 집계됐다. KB손보와 메리츠화재도 각각 2.6%포인트, 9.2%포인트 오른 84.2%, 84.6%를 기록했다. 모두 적정 손해율인 78~8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실손보험이 포함된 장기위험 손해율도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장기위험 손해율은 81.9%, DB손보 92.6%, 현대해상 96%, KB손보 88.6%, 메리츠화재는 89.9%로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장기위험 손해율 급증은 실손보험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보험 청구액이 증가하면서 손해액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소폭 오른 메리츠화재도 자동차보험·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피하지 못했다. 다만, 장기인보험 판매 집중 전략과 투자영업이익 개선으로 손해율 상승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데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문재인 케어' 풍선효과에 따른 손해율 상승, 신계약 경쟁 심화 등을 이유로 하반기에도 손보사들이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17년 8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후 도수치료 등 급여화되지 않은 영역에서 의료비 청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문재인 케어의 풍선효과로, 실손보험 비중이 높은 손보사들을 중심으로 손해율 상승이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와 감독당국이 과잉진료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며 "일시적으로 클레임이 감소될 여지도 있지만 풍선효과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