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구원투수 명단에 오른 허민…'겹악재' 특급소방수 될까
넥슨 구원투수 명단에 오른 허민…'겹악재' 특급소방수 될까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8.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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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최근 매각 불발에 이어 14년 간 꾸준히 참여해 온 지스타까지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매각 불발과 함께 흥행작 부재 등으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이달부터 진행되는 사업부 조직개편에 집중하기 위해서란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최근 김정주 NXC 대표가 직접 영입에 나선 네오플 창업자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허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넥슨의 겹악재를 돌파할 수 있을까. 
 
김정주 NXC 대표(좌),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우)|그래픽=김용지
김정주 NXC 대표(좌),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우) <그래픽=비즈트리뷴 김용지 기자>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창업자인 김 대표는 허 대표를 넥슨에 영입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허 대표의 구체적인 직위와 직책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합류로 넥슨 내부 고위 관계자들의 힘의 균형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견해다.

먼저, 이정헌 단독 대표 체제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매각이 불발된 이상 매각 추진을 주도해 온 박지원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물러나고, 허 대표가 대신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박 COO는 최근 사측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가 개발자 출신인 만큼, 기존 넥슨의 게임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과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허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허 대표의 영입은 넥슨 조직원들에게는 일종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자극제'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넥슨은 매년 대형 신작 게임을 줄줄이 내놓고 있으나, 소위 대박을 친 게임이 없고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게임들에 의존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라는 대박을 친 게임의 개발자 출신을 영입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대표도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기자들과 만나 "넥슨이 그 동안 1등이었지만,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넥슨 지위에 대한 위기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넥슨의 올 2분기 실적은 매출액 538억6500만엔(약 5712억원), 영업이익 129억8700만엔(약 1377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3% 증가하며 역대 2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9% 감소하며 수익성 개선에 실패했다. 신규 매출원 부재로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넥슨 앞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사업부 조직개편,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M&A(인수합병), 차기 흥행 신작 발굴 등 가야할 길이 멀다. 김정주 대표의 히든 카드로 꼽힌 허민 대표가 겹악재에 허덕이는 넥슨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은 이번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여전히 기존 게임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허민 대표 영입을 통해 넥슨의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식으로든 이전의 넥슨과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