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쓴 은행주...호실적 덮은 대외 악재
힘 못쓴 은행주...호실적 덮은 대외 악재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8.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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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환율전쟁, 일본 수출규제...악재 겹치며 시장 폭락
은행들, 경기둔화·금리하락 우려에...반등 기회 모색 어려워

이달 들어 은행주가 연일 하락세다.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여기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적 요인이 컸다. 특히 은행주 하락은 경기 둔화, 금리 하락 등으로 은행 성장률 둔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확대된 까닭이다.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이달 들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말일(7월 31일)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달 31일 4만3400원에서 8 거래일만에 3만8950원으로 10.25% 하락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우리금융으로, 1만3100원이던 주가는 같은 기간 1만1950원으로 8.78% 떨어졌다. 신한금융은 5.63%(4만3500원→4만1050원), 하나금융은 6.47%(3만4750원→3만2500원)의 하락폭을 보였다.

금융지주 주가가 이달 들어 연일 하락세를 보인 것은 대외적 리스크가 발생한 탓이다.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을 포함해 금융지주사들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대외적 악재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우선,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2일 일본 정부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해외 경제기관들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후반대까지 하향 조정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이에 이날 신한금융의 주가는 전일(1일) 대비 3.28%, KB금융 3.94%, 하나금융 3.69%, 우리금융은 4.19% 빠지는 등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된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중국 수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와 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중국의 '포치(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 용인 및 위안화 절하, 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대외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폭등하고, 국내 주식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5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 7% 급락하는 등 '블랙 먼데이'를 겪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주가도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의 흐름을 두고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주가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란 점이다.

내수 경기 둔화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그동안 글로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국내 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견고한 대출성장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한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보통 NIM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해석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성장률 둔화가 예상되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정 시 NIM도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은행주의 펀더멘털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이를 탈피할 뚜렷한 방법도 없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이 주가부양정책으로 내놨던 '최고경영자(CEO) 자사주 매입' 카드도 시장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에 하반기에도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CEO들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은 원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 전체가 꺼지는 분위기에서는 사실상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