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전쟁] 첫 수출허가·반격유보…재계선 "안심 일러"
[한일경제전쟁] 첫 수출허가·반격유보…재계선 "안심 일러"
  • 이연춘
  • 승인 2019.08.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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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해당 품목의 수출신청 1건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힘겨루기, 사활을 건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으로 치닫던 한·일 간 경제전쟁 추세에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일각에선 일본이 무역보복 수위를 낮췄거나, 우리가 맞대응 조치를 접은 것은 아니다며 언제든 확전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이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세 개 품목의 대(對)한국 무역규제를 개시한 지 36일 만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용했다. 일본을 상대로 강도 높은 무역보복 조치를 검토하던 우리 정부는 일본 제재를 한시 유보했다.

 

 

경산성은 "신청 내용을 심사한 결과, 군사 전용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양국 정부가 한 발씩 양보하기엔 사안이 워낙 복잡하게 꼬여 화해분위기는 아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언제든 불씨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업계가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도 곧바로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일단 시간을 둔 것은 신중론과 함께 당장에 나올 보복조치가 모두 노출된 이상, 일본 측이 공격 수위를 낮춘 건지 등 의도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일본의 수출품목 허가가 '한국 측 주장대로 수출 금지 조치가 아니다'란 자국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이 오는 28일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실제 시행하는 만큼 최소한 이때까지는 확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5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 21일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24일 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시한 등이 한일 경제전쟁에 또다른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재계는 한일 관계 회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일간 얽혀있는 정치 이슈가 산적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일본 의존도를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다시금 무역보복 조치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입처 다변화와 국산화 추진 등을 통해 반복적인 일본 위협에서 탈피할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재료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탈일본 움직임을 야기할 수 있다"며 "삼성 등은 중장기적으로 거래처 확보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와 소재 업계도 일본 수입 심사 기간을 견딜 재고를 보유한 상황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사가 자국산 소재 비중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출 규제로 직·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추후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