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SKC, 알짜 사업 매각…캐시카우 대신 ‘동박’ 택했다
[이슈분석] SKC, 알짜 사업 매각…캐시카우 대신 ‘동박’ 택했다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8.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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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SKC가 핵심사업인 화학사업부문에 대한 분할 및 지분 매각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화학사업부문은 그동안 SKC의 기둥역할을 해온 캐시카우(Cash Cow)다. 이번 지분 매각의 배경에는 최근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동박전문 업체 KCFT의 인수자금 조달이 자리하고 있다. 

SKC가 안정적인 수익창출원인 화학사업부문의 기대이익을 포기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는 평가다. 

8일 SKC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화학사업부문 분사 및 분할법인 지분 49% 매각을 의결했다. 지분은 쿠웨이트의 PIC(Petrochemical Industries Company)가 인수해 합작사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SKC 측은 이번 협력을 통해 PO(프로필렌옥사이드)와 PG(프로필렌글리콜)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SKC 울산 공장.ㅣ사진=SKC
SKC 울산 공장.ㅣ사진=SKC

사실 SKC의 화학사업부문의 분할 및 매각은 업계에서도 의외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SKC의 화학사업부문 영업이익은 그동안 SKC를 지탱해준 그야말로 알짜 사업이었기 때문. 지난해 기준 SKC 화학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31.5%인 8708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화학사업부문이 1494억원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의 74.3%를 차지했다. 

SKC 사업부문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1099억원이었던 화학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263억원으로, 지난해 1494억원으로 신장했다. 인더스트리 소재 부문의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실상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것이다. 

SKC가 화학사업부문을 분할하고 지분 49%를 매각함에 따라 향후 이익 기여도는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SKC가 안정적인 이익을 포기하고 화학사업부문 매각에 나서는 이유에는 바로 사모펀드로부터 인수를 추진 중인 자동차 배터리 동박업체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KCFT)가 자리하고 있다. 

SKC는 최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KCFT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C가 화학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것도 이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SKC는 화학사업부문 지분 49%를 PIC에 매각하는 대가로 5358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화학, 필름, 소재 분야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둬온 SKC가 자동차 배터리 산업을 통한 사업 전반의 ‘딥 체인지’에 나선다는 의미”라며 “안정적 수익성을 거두는 사업보다 미래가치가 뛰어난 사업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박은 얇은 금속 제품 배터리의 음극집전체로 쓰이는 소재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동박 시장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SKC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가 높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부터 화학사업 지배순이익의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KCFT의 전사실적이 반영되면 화학사업의 이익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전망”이라며 “KCFT의 전지박 증설과 견조한 가격으로 인해 2020년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화학부문 지분 매각으로 전사 케시카우 훼손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지만 동박 수급이 타이트한 것과 KCFT의 증설 효과로 상쇄될 전망”이라며 “영업가치 측면에서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