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부 무죄·일부 공소기각'이라도 형사보상 청구 가능
대법, '일부 무죄·일부 공소기각'이라도 형사보상 청구 가능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8.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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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이유에서 일부 무죄도 형사보상 해 줘야
사진=비즈트리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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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검찰이 적용한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확정받고, 다른 혐의는 공소기각 판결을 확정받은 경우에도 형사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첫 대법원 결정(2018모906)이 나왔다. 공소기각 판결 사건에서 판결 이유에 일부 무죄 판단이 있었다면 형사보상금 지급 대상이라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돼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A(57)가 청구한 형사보상 신청 재항고심에서 형사보상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형사비용보상제도는 국가의 잘못된 형사사법권 행사로 인해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부득이 변호사 보수 등을 지출한 경우 국가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형사사법작용에 내재한 위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을 지출한 비용보상청구권자의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입법취지 등에 비춰볼 때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재판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했다고 인정된 비용에 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는 2016년 전처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자 이를 보복할 목적으로 다시 폭행한 혐의(특가법상 보복폭행)로 기소됐다가 '보복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확정받았다. 검찰이 함께 적용한 폭행 혐의도 전처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일부 혐의만 무죄가 인정되고 다른 혐의가 공소기각된 경우 법원은 판결 주문으로 공소기각을 선고하고, 무죄 혐의에 대해서는 주문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고 판결문상 '판결이유'에 무죄 취지를 명시한다.

이에 A는 "판결 주문에서 공소기각이 선고됐지만 기소된 죄명인 보복폭행은 판결이유에서 무죄가 선고돼 확정됐으므로 형사보상 조건인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사보상을 신청했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은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처럼 판결 자체는 무죄가 아닌 공소기각 형태로 확정됐지만, 판결문 내용상 일부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경우에 형사보상을 해 줘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1·2심은 "A씨에게 공소기각 사유가 없었더라면 폭행죄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을 것으로 보이므로 보상청구 대상 사건이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형사보상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 주문에서 공소기각이 선고된 경우에도 무죄가 선고된 일부 혐의에 대해선 형사보상이 인정된다"며 2심 결정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