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전쟁] 화이트리스트 배제 현실화에…삼성·LG, 재고 확보 '총력'
[한일경제전쟁] 화이트리스트 배제 현실화에…삼성·LG, 재고 확보 '총력'
  • 설동협 기자
  • 승인 2019.08.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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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설동협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 메이커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현실화되자 안전재고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양사는 협력사들을 통해 일본산 부품에 대해 최소 90일 분량의 재고를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바로 시행되지는 않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양극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관련 여파가 예상보다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진=연합 제공
사진=연합 제공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일본의 보복조치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 소재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안전재고 확보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안전 재고는 갑작스런 공급 변동에 따른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업체들이 미리 확보해 놓는 재고를 말한다.

LG전자는 한국과 일본 간 경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협력사들에게 "주요 소재 및 부품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제품에 탑재되는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무선통신에 사용되는 RF(라디오 주파수) 부품 등을 대부분 일본에서 공급받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앞서 지난달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 수출 규제 품목 3종을 최소 90일치 이상 확보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재 국산화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한 재고 확보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만큼, 재고 관리 비용을 따지지 않고 주요 소재·부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27개국의 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정령(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28일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2차 보복성 수출규제로 전자 업계 뿐 아니라 전 산업군의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로 인해, 스마트폰 필수 소재와 부품 중 카메라 이미지센서, 스마트폰카메라 차광필름(스페이서), 스마트폰 렌즈용 수지, 전자 방해 잡음(EMI)전자파 차폐 테이프, 인화인듐주석산화물(IT)필름, 듀플렉서 및 표면 탄성파(SAW)필터 등의 품목이 추가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자 메이커들은 핵심 소재의 내재화 비율을 올리고자 테스트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 사용되는 일본 물량 전체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일본산 대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소재의 품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트웰브 나인'이라고도 불리는 순도 '99.9999999999%' 가량의 일본 고순도 불화수소(HF) 제품과 같은 수준의 대체제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촌각을 다투는 상황인 만큼, 순도가 조금 낮더라도 대체만 가능하다면 확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 유럽, 미국 등에서 대체품을 찾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며 "(수출 규제) 여파가 상당한 만큼, 전자업체들이 관련 부품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