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vs GA', 희비 엇갈린 보험사업비 개편안
'보험사 vs GA', 희비 엇갈린 보험사업비 개편안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8.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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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시책 출혈경쟁 개선 기대" vs GA "형평성 어긋...간접비용 인정"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보험설계사의 모집수수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보험사업비 개편안을 두고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번 개편안으로 시책 출혈경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보험사들의 시책 경쟁으로 몸집을 키워왔던 GA들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GA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개편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보험사업비 개편안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내년부터 각종 보험사업비와 설계사 모집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불합리한 보험사업비와 모집수수료가 민원·분쟁, 불완전판매 등을 유발한다고 보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거다.

오는 2021년부터 보험설계사에 지급되는 첫 해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고, 모집수수료 분할지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지난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지난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우선, 보험사들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환영하는 눈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비용의 사업비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이다.

보험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보통 적립보험료와 위험보험료, 사업비로 구성된다. 이 중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을 판매하고 유지·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인데 이 중 대부분이 설계사 모집수수료로 나간다.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은 자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GA 설계사들에게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제공해왔다. 보험사들이 시책 경쟁으로 매년 사업비를 과도하게 지출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사업비가 축소되면 그만큼 고객이 내는 보험료도 인하될테니 당장 보험사 수익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어차피 지금처럼 시책을 많이 줘야 하는 사업비 구조가 계속된다면 보험사는 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고, 소비자 신뢰 제고 차원에서도 이 구조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개편안 시행 후 GA채널의 연간 신계약 매출액 중 150%에 달하는 사업비가 절감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개편안이 보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연간 GA채널 신계약의 1.5~2배 수준 사업비 절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2021년부터 손보사들의 손익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사업비 축소로 설계사 소득이 줄어들게 될 GA들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특히, GA들은 전속설계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 모집수수료를 제한하려면 GA 운영에 드는 지점 임차료, 인건비, 전산비 등 간접비용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홈쇼핑, 전화 등 텔레마케팅(TM) 채널의 경우 방송 송출 비용, 음성 녹음 보관 비용 등을 모집수수료 제한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GA만 전속설계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홈쇼핑 등 텔레마케팅은 일부 비용을 모집수수료 제한선에서 제외시켜준다고 하던데 우리도 같은 맥락"이라며 "GA도 하나의 판매 채널인건데 텔레마케팅처럼 전산비, 임차료, 인건비 등 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비용을 인정해줘야 형평성에 맞다"고 지적했다.

수익 감소 우려가 계속되면서 보험대리점협회는 이날 회원사 실무자들을 긴급 소집하고 보험사업비 개편안 관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GA코리아, 글로벌금융판매, 프라임에셋, 리더스금융판매, 피플라이프, 리치앤코 등 대형 GA를 포함해 GA 81곳이 회원사로 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이날 실무진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GA 대표진 회의까지 진행한 후 다음주 최종 의견안을 낼 계획이다. 회의 안건에는 전날 발표된 개편안 수용 여부와 대응 방안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