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오비맥주 매각설, 잊을만하면 수면 위로…왜?
[기자들의 팩자타] 오비맥주 매각설, 잊을만하면 수면 위로…왜?
  • 전지현
  • 승인 2019.07.30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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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바라보는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국내 1위 맥주기업인 오비맥주의 매각설이 또 부상했습니다. 이 회사의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또다시 매각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엔 좀더 구체적인데요. 매각 예상가격은 9조원 규모. 이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최대 규모로 기록될 것이란 기대감마저 불러오고 있습니다.

오비맥주의 매각설이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것은 사실 모회사의 재정난 때문입니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업체 사브밀러를 1070억 달러(약 123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시장 점유율 28%의 1위 주류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표=AB인베브 연간보고서.
표=AB인베브 연간보고서.

그러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AB인베브에는 대규모 부채가 발생했습니다. 승자의 저주일까요. 그결과 AB인베브의 연간결산보고서(annual report)를 보면, 2015년 495억 달러였던 차입금(current and non-current interest-bearing loans and borrowings)은 2016년 1226억 달러로 급증합니다. 이 '빌린 돈'에는 샤브밀러 부채인 122억 달러도 포함됐죠.

안타깝게도 이후 AB인베브는 이 차입금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AB인베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입금은 1098억달러로 2017년 1164억달러에서 약 66억달러 감소했을 뿐입니다. 더욱이 순부채는 1025억달러로,  2017년 1044억달러에서 소폭 줄어든 상태입니다.

◆아사히에 팔린 AB인베브 '호주' 자회사 이슈가 오비맥주에 불똥?

상황이 이렇다보니 AB인베브는 아시아사업부(Asia Pacific)를 '버드와이저 APAC'이란 이름으로 홍콩증시에 상장해 한화로 약 11조원 규모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이달 초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AB인베브는 아시아지역에서 ▲동아시아(한국, 일본, 홍콩, 마카오) ▲중국 ▲호주 및 뉴질랜드 ▲동남아시아(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남아시아(인도, 스리랑카 등) 등 권역 별로 5개 BU(business unit)을 둬, 버드와이저 APAC에는 이들 5개 BU가 한데 모일 방침이었죠.

표=AB인베브 2분기 보고서.
표=AB인베브 2분기 보고서.

그러던 중 지난 20일(현지시각)에는 AB인베브가 호주 자회사인 '칼튼 앤 유나이티드 브루어리스'(CUB)를 113억달러(한화 13조3000억원)에 일본 아사히그룹 홀딩스에 매각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AB인베브가 지난 25일 발표한 올해 2분기 리포트 속 일부 내용을 원문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We have agreed to sell our Australian subsidiary to Asahi and continue to evaluate a potential IPO of Budweiser APAC. Transaction expected to close by 1 Q 20. We anticipate that s ubstantially all of the proceeds will be used to pay down debt, with an estimated reduction of our Net Debt to EBITDA ratio of 0.35x. Continue to believe in the strategic rationale of a potential offering of a minority stake of Budweiser APAC (ex Australia) at the right valuation.'

요약해보면, 호주 자회사를 아사히에 매각키로 했고 내년 1분기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매각금 13조3000억원은 빚을 갚는데 사용할 예정인데, 이 덕분에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Debt to EBITDA)이 0.35배를 줄어들 것이란 이야기죠.

실제, AB인베브는 지난해 순차입금/EBITDA가 4.6배로 전년 4.8배에서 0.2배 감소했습니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지난해 이 지표에서 5.8배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아사히그룹이 AB인베브의 호주 자회사를 사들이면서 0.35배 부담을 낮췄다고 했지만, 여전히 4배 이상의 부담이 남아있죠.

◆카를로스 회장, 5년 전 약속에도 지속되는 오비맥주 매각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주 사업을 매각한 만큼 한국시장도 매각함으로써 재정난을 극복하려는 것 아니냔 이야기가 나옵니다.

AB인베브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사업장 중 성장세를 보인곳은 동부라틴아메리카와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통칭)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단 3곳뿐입니다.

표=AB인베브 연간 실적 보고서.
표=AB인베브 연간 실적 보고서.

중국시장 성장세가 돋보인다는 점을 고려할때 이 같은 성장률 역시 중국시장에서 기인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AB인베브는 '중국은 수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커머스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사업 거점인 오비맥주는 지난해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6981억원, 514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름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세를 보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체성장률은 2.1%로 EMEA보다 0.2%, 동부 라틴아메리카지역보다 2.4% 뒤쳐져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주 사업도 매각한 마당에 그나마 몸값이 좋을때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각에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냔 관측은 지속되는 겁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1952년 두산상회가 설립한 동양맥주주식회사가 전신인 오비맥주는 1998년 벨기에 인터브루(현 AB인베브)에 지분 50%와 경영권일 넘어갔습니다. 이후 2001년 잔여 지분 50%중 45%가 마저 매각되면서 외국계 회사가 됐죠.

그러나,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18억달러)에 인수되면서 주인이 또 바뀝니다. 당시 AB인베브가 미국 안호이저-부시를 매입하면서 과다하게 높아진 부채비율을 줄기기 위해 오비맥주를 매각한 것이었는데요.

다행히 5년뒤 AB인베브는 KKR로부터 58억달러를 주고 오비맥주를 다시 품습니다.

당시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 글로벌 CEO(2014년 4월 한국 방문)는 기자간담회장에 직접 참석해 "5년 전 오비맥주 매각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재매각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AB인베브의 M&A가 불안요소?...홍콩 상장이 관건

카를로스 CEO는 현재 AB인베브 회장이죠. 그래서 그의 말은 지켜질 것이란 믿음이 오비맥주 내부에서는 강합니다.

하지만 AB인베브가 '광폭 M&A' 행보를 지속하는 사이 오비맥주를 내놨던 경험이 데자뷰가 된 현 시점에서 주변의 의혹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듯 보입니다.

다만, AB인베브는 향후 호주를 제외한 버드와이저 APAC의 잠재성 가치도 적정하게 평가될 것이란 생각이 강합니다. 홍콩 증시 상장이 성공한다면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쥘수 있어 오비맥주 매각설은 종식될 것이란 관측인데요.

앞서 언급한 AB인베브의 지난 25일 발표 속에서도 마지막 문단에서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 같은날 AB인베브 글로벌 총괄 CEO 카를로스 브리토 회장이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한 내용도 맥을 같이 합니다.

카를로스 회장은 "현시점에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IPO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IPO가 활기를 되찾을 경우, 상장에 대한 계획을 유지하겠단 말도 했습니다. 이달 초 상장 시도 당시 투자자들은 버드와이저 APAC 가치가 540억~640억 달러인데 대해 망설인바 있었죠.

오비맥주 측에서도 호주 사업부를 매각하고, 추가 자산 매각을 부인한 지 며칠되지 않은 시점에서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을 추진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장이 지난주 직접 매각설을 부인했다. 며칠 지나지 않은 사이 매각에 또 나설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 카를로스 회장은 앞서 진행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비지니스 확장을 지속하고 빚을 갚아 레버리지를 줄이는 계획이 잘 진행되는 만큼 현시점에서 추가 자산매각은 필요 없다"면서 "호주는 매력적인 평가를 받은 특수 사례로, 충분한 가격을 인정받은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시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추가적인 매각작업에는 선을 그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부상하는 오비맥주 매각설. 홍콩 상장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때까지는 아마도 이 회사의 매각설은 수면위에 계속 떠다닐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