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긴급조치 배상 대법원 판결 취소 안 돼“
헌재 "긴급조치 배상 대법원 판결 취소 안 돼“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7.2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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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입장 재확인
"위헌 결정된 법률을 적용한 재판 아냐"
"이미 확정된 재판에 위헌결정의 소급효 안 미쳐"
헌법재판소의 재판정/사진=비즈트리뷴 DB
헌법재판소의 재판정/사진=비즈트리뷴 DB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헌재 결정이 다시 나왔다(2018헌마827).

헌재는 긴급조치 피해자 A 등이 제기한 판결 취소 및 헌재법 제68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A 등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확정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불법수사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 1천162만원을 지급받아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며 사건을 각하했고,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선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이후 2018년 7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되자, A 등은 해당 대법원 판결의 취소를 청구하며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헌재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민주화보상법은 이 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기로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자신의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한다. 화해가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피해자는 더 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지난해 8월 30일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바, 이처럼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을 했다(2014헌바180등).

A가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헌재의 작년 8월 30일 결정이 나오기 전에 민주화보상법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해당 재판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 해도 그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해석에 따라 국가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헌재가 위헌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다"라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재판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해당 재판이 위헌 결정된 법률을 적용한 경우에만 가능한데, 헌재의 위헌결정이 선고되기 전에 해당 법률조항에 따라 재판을 하였다면 이는 위헌 결정된 법률을 적용한 재판이 아니라는 취지다.

헌재는 이어 "2016년 헌법소원이 금지되는 '법원의 재판'에 '헌재가 위헌 결정한 법률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을 포함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했다"며 "헌재법 제68조 1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내용이 축소돼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법 제68조 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헌재가 위헌 결정한 법령으로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 및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한 총체적 불법행위에 국가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 가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 관련 피해 전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도록 정한 개정 전 민주화보상법 조항은 피해자에게 충분한 배상·보상이 이뤄졌음을 전제로 하는데, A는 적절한 배상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판결취소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