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팩자타] 유니클로 배송 거부한 택배노조가 불편한 이유
[기자들의 팩자타] 유니클로 배송 거부한 택배노조가 불편한 이유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7.26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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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최근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이 큰 폭으로 줄고 있으며 이와 함께 의류, 자동차, 식품에 대한 일본 브랜드의 판매가 현격히 감소하고 있죠. 이 불매운동 동참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소비자 차원의 구매 거부와 1인 시위는 물론 편의점이나 할인마트에서 식품이 퇴출되는 경우도 생겼죠. 이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의 등장입니다. 이들은 지난 24일 일본의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에 대한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택배 노동자들이 특정 기업의 제품 배송을 거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는 불매운동을 폄훼했던 유니클로 일본 본사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중이죠. 그렇다면 궁금해질 법 합니다. 

과연 유니클로 제품은 지금 ‘배송대란’에 휘말리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국내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통상 택배물량을 집하(PICK UP)해 허브터미널로 운송한 뒤 각 지역 서브터미널로 배송되는데 각 과정에서 배송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리점에서 다른 대체인원이 투입되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각 택배기사가 모두 개인사업자인 탓에 배송을 대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은 경우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택배노조의 조합원 수는 1000명 안팎으로 전해집니다. 국내 택배기사의 수는 5만 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죠. 전체 수에서 2%에 불과한 겁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분노하는 택배 노동자의 선택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택배사업의 구조상 택배노조의 불매는 사실 처음부터 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택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택배노조의 ‘의사에 반하는 노동의 거부’라는 명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택배노조는 최근 택배기사가 쉴 수 있는 ‘택배 없는 날’을 만들어 달라며 온라인쇼핑몰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쇼핑몰과 국민적 지지는 미약한 편이죠.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택배노조의 이번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마케팅 수단으로 보는 시각까지 나옵니다. 

여기에는 택배노조의 ‘배송거부’가 ‘불매운동’과 전혀 다른 갈래라는 점도 있습니다.

택배노조의 활동은 제품을 불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한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고객에게 ‘일본 제품에 안내하지 않겠다’는 마트노조의 저항과는 전혀 다른 의미죠. 

실제 택배노조 남희정 사무처장의 페이스북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제 지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입을 수 있는 옷이 유니클로 뿐인데, 택배노조가 무슨 권리로 이 유일한 선택지를 막는 건가요? 타인이 산 물건을 중간에 앉아 가로채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현재 남 사무처장은 이 사연에 “안타깝다”면서도 “CJ대한통운이 대체배송 대책을 잘 세우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택배노조의 ‘배송거부’가 불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니클로 제품에 대한 배송대란은 처음부터 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배송거부라는 명분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불매운동’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 택배노조는 ‘택배 없는 날’이라는 최근 활동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지를 얻게 됐죠. 

‘일본 불매’가 이런 형태로 이용되는 것은 오히려 불매운동의 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택배업계 일각에서 민간 차원에서 순수하게 일본의 수출 규제에 항의하는 운동의 취지와 순수성을 택배노조가 훔쳤다는 평가가 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