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퀀텀점프③] 이유있는 정규직 전환…"직원들과 함께 시작하는 도전"
[홈플러스, 퀀텀점프③] 이유있는 정규직 전환…"직원들과 함께 시작하는 도전"
  • 전지현
  • 승인 2019.07.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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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전지현 기자] 홈플러스가 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최근 2년새 홈플러스가 급속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영화 '카트'의 배경이었던 홈플러스는 '주부 9단 CEO' 임일순 사장을 수장으로 맞아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임사장은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인 1만4283명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 2만4000명 홈플러스 식구들의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오프라인 부문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인력 감축에 나서는 여타 유통업계와 달리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은 업계 큰 파격을 안기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25일 임 사장이 공개한 사업포부를 살피면 그는 홈플러스의 신성장 모델을 '직원과 함께'하는 데서 찾은 것이 엿보인다. 임 사장이 이 자리에서 내놓은 핵심 내용에는 직원들 업무의 온라인 신사업 중심 재편이 포함됐다.

◆'사람' 중심의 새로운 성장 모델 구축

#. 인천 계산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계산점. 평범한 마트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수천억짜리 물류센터가 매장 품에 쏙 안긴 모습이다. 매장에선 평소와 다름 없이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하지만 지하 2층으로 내려가면 한편에는 배송 트럭 46대가 도열해 있고, 그 앞으로 7032㎡(2100여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펼쳐진다.

전체 4만여 종의 상품 중 온라인 주문의 70%가 집중되는 3000여 종 핵심 상품만 모아 진열했다. 진열대 사이로 자동화된 롤러 컨베이어 한 줄이 길게 이어지고, 위로는 상품이 담긴 트레이가 바삐 다닌다. 트레이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놓인 진열대를 만나면 멈춰 섰다가 피커가 상품을 담아 주면 다시 다음 구역으로 향한다.

피커들은 평균 반경 3m 안에서 피킹 업무를 보고, DPS(Digital Picking System)는물건을 담을 트레이 선정에서부터 상품 위치, 최종 검수 등을 모두 알려줘 피킹 오차범위를 제로(0)화한다. 3분여 만에 컨베이어 한 바퀴를 모두 돈 트레이는 배송 트럭에 실려 고객에게 간다. 

사진=홈플러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계산점에 FC를 구축하고, 기존 10명이던 피커를 45명으로 늘렸다. 시스템 및 물류 관리 직원 15명도 별도로 붙였다. 

전체 피킹 업무 중 온라인 주문량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은 FC에 진열하고, 구매 빈도가 낮은 나머지 상품은 필요할 때만 여러 고객의 물량을 한 번에 피킹해 오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오프라인 유통에서 상품과 고객을 경험해 온 직원 노하우와 감성을 온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에 융합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사람’ 중심의 사업 모델을 확장한다는 취지였다.

◆직원 구조조정 대신 선택한 '직원 끌어안기' 배경은...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하루 200건 수준이던 계산점 온라인 배송 건수는 FC 오픈(7월29일) 이후 7배가 넘는 1450건으로 커졌다. 피커 1인당 고객 주문 처리 건수도 기존 22건에서 30건으로 36% 뛰었다. 이에 올해 7월 계산점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고, 당일배송율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80%를 기록했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사로잡자 매장을 찾는 발길도 덩달아 늘며 오프라인 매출도 10% 이상 신장했다. 흔한 동네마트가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피킹을 모두 만족시키는 ‘쇼킹’(Shopping+picking)한 O2O 완전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안양점, 원천점을 비롯해 2021년까지 10개 점포에 FC를 장착할 계획이다.

떄문에 홈플러스는 사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혁신에 나서면서 직원들 업무도 대거 재편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몸살과 ‘무인화격풍 가운데서도 유독 홈플러스가 직원 구조조정 대신 오히려 업계 최초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등 ‘직원 끌어안기’에 나섰던 배경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현재 유통 시장 현실 속에서 '우리는 운명공동체'라는 동지 의식이 없다면 산적한 과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임직원과 협력사, 이들이 속한 가정의 불행으로 귀결된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결론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우리의 도전은 2만4000명 식구들과 3000여 협력사, 7000여몰 임대매장 명운이 걸린 일이기에 신뢰와 집념으로 이루고 성공을 함께 누릴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의 지원과 발상 전환이 어우러진 ‘똑똑한 투자’를 통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가치와 우수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