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포퓰리즘"...'제2안심전환대출'이 달갑지 않은 금융사들
"전형적인 포퓰리즘"...'제2안심전환대출'이 달갑지 않은 금융사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7.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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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이탈 우려, 형평성 문제" 불만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결국 금리를 낮춰주고 부채를 탕감해주겠다는 뜻인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제2 안심전환대출' 출시 계획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금융사의 대출 자산을 대환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에 금융사를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주택금융개선 TF 회의'를 열고 기존 대출한도를 유지하면서 장기·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모기지를 다음 달 말 출시한다고 밝혔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기존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저금리·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것이 골자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계속되면서 '대출 갈아타기(대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다.

금융당국은 '제2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주담대 차주들의 주택금융 부담을 낮추고 가계부채 건전성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 금리 변동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거다. 4년 전인 지난 2015년에도 정부는 같은 이유로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대환 가능 대상, 금리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2015년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시를 고려해 약 2% 초반대의 금리가 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은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보유 주택가격 9억원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TF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요건과 공급규모, 지원요건 등을 확정한 후 다음달 말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격에 부합하는 변동금리 주담대 차주들은 다음달 말 상품이 출시되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대환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금융사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자산이 빠져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당시에도 32조원 규모의 은행 대출이 안심전환대출로 넘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고 대상이 정해져있을 거라 대규모 이동이 있거나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인 규모나 금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대출을 갈아탄다는 게 결국 은행 자산에서 빠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이 감소되는 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 출시 때와 달리 이번 '제2 안심전환대출'에는 2금융권 대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가계부채 경감 차원에서 금리 인상 리스크가 있는 고객들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는 취지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업황도 좋지 않은데 대출 고객이 빠져나가면 손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대출자가 본인의 경제 상황과 경기 동향을 보고 직접 선택한 상품을 정부가 나서서 바꿔주는 것을 두고 대출자들 사이에서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안심전환대출에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 높은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 가입했던 대출자들은 '제2 안심전환대출'이 변동금리 대출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대출을 받을 때 본인이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 경기 상황은 어떤지를 판단하고 직접 금리를 선택해서 대출을 받은 건데 나라가 나서서 고정금리가 더 낮으니까 전환해주겠다라고 하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