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상반기엔 '조직 안정화'...하반기엔 '가지각색' 경영전략
금융그룹, 상반기엔 '조직 안정화'...하반기엔 '가지각색' 경영전략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7.23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한 '고객중심', KB '디지털화', 우리 '성장동력', 하나 '글로벌·디지털', 농협 '체질개선'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반기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거나 그룹체제로 전환하는 등 상반기엔 조직 안정화에 집중해야 했다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다양한 하반기 경영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3월 취임 이후 줄곧 '고객중심경영'을 강조해왔던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하반기에도 '고객 퍼스트(First)' 경영전략을 이어간다. 진 행장은 지난 19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 고객중심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고객중심 평가체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근 신한은행이 자산관리 전담 프라이빗뱅커(PB) 성과 평가 요소 중 고객수익률 및 고객자산 관련 비중을 대폭 늘린 것도 '고객중심경영'의 일환이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VIP고객 자산관리 전담 복합점포인 신한PWM프리빌리지와 강남센터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객가치 관련 평가 비중을 기존 10%에서 30%로 확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최우선 혁신 과제로 현재의 평가제도 개선을 뽑았는데, 경쟁을 지양하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취지"라며 "이번 KPI 개편도 (고객중심 경영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WM(자산관리)·글로벌·CIB(기업투자금융)·디지털 등 4대 성장동력 강화를 주문했다. 앞서 이달 초 우리금융은 WM·글로벌·CIB·디지털 등 4대 성장동력 사업을 지주사 차원에서 통합·관리하는 사업총괄제를 도입한 바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지주사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그룹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생각이다.

손 회장은 2~3년 내 비이자·비은행·해외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40-40-40' 중장기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의 비이자·비은행·해외수익 비중은 각각 17%, 2%, 11%다.

특히, 올해 글로벌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 만큼 하반기에도 글로벌 성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글로벌부문 순이익은 상반기 기준 1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하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열고 일 하는 방식, 인재양성, 채널경쟁력 확보 등 모든 방면에서의 디지털화를 강조했다.

윤 회장은 "하반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전체적으로 워크 다이어트(work diet), 워크 스마트(work smart)를 통해 주 52시간, 나아가 40시간 체제가 정착돼야 한다"며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은 물론 채널경쟁력 확보와 고객 관점에서 KB만의 차별화를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체질개선을 경영키워드로 내걸었다. 김 회장은 이달 14일 상반기 경영성과 분석회의를 열고 농협금융의 체질개선과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금융 활성화 ▲자산관리 역량 강화 등 3가지 추진전략을 구체화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말 하반기 인사 이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모두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부문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하반기에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글로벌 부문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2일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 'BIDV'의 지분 15%를 인수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국계 기업 위주의 영업을 해온 하나은행은 이번 투자를 통해 리테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베트남 내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BIDV가 베트남 전역에 지점·사무소 1000여개, ATM 5만8000개 등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만큼 영업 방식을 다양화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편중된 BIDV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리테일 중심으로 개선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하나은행의 선진 리스크관리 기법을 전수하면서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금융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