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30년 전 불법매립한 쓰레기, 지자체에 제거의무 없다"
대법 "30년 전 불법매립한 쓰레기, 지자체에 제거의무 없다"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7.23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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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자의 손해일 뿐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 아냐
토양과 뒤섞여 구분 어려워…침해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어
최근 경북 성주군 한 폐목재처리장에서 불법 반입한 폐기물을 매립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성주군 폐기물 단속반 등 관계 당국은 최소 100t 이상의 폐기물이 현장에 불법 매립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은 22일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곳으로 알려진 경북 성주군 한 폐목재처리업체 모습.
최근 경북 성주군 한 폐목재처리장에서 불법 반입한 폐기물을 매립한 것으로 알려져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성주군 폐기물 단속반 등 관계 당국은 최소 100t 이상의 폐기물이 현장에 불법 매립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폐기물이 불법 매립된 곳으로 알려진 경북 성주군 한 폐목재처리업체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가 30여년 전 불법으로 쓰레기를 매립한 땅을 산 사람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지자체에 쓰레기를 제거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지자체에 쓰레기 제거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2016다205540). 불법 쓰레기 매립으로 인접 토지 소유자가 손해를 입긴 했지만, 해당 소유자의 소유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가 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매립물 제거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포시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B소유의 땅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매립했다. 2010년 B로부터 이 땅을 산 A는 지하에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을 알게 되자, 김포시를 상대로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쓰레기 제거 비용 1억5천346만원을 손해배상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토지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는 매립된 후 30년 이상 지났고, 그 사이 주변 토양과 뒤섞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토양과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러한 상태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 쓰레기가 현재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는 이른바 '방해배제청구권'은 침해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한데, 쓰레기가 토양과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침해가 이미 종료됐다고 봐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앞서 1심은 "과거의 쓰레기 무단매립으로 인해 생긴 결과로서 토지 소유자의 손해에 해당할 뿐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쓰레기 제거 비용을 배상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쓰레기 매립이라는 불법행위가 종료된 지 1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쓰레기를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매립한 자는 매립한 쓰레기를 수거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며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은 A의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인용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대법원은 (예비적으로 청구한) A의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