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기업인 망신주기 되풀이되나…김태한 삼바 대표 영장 또 기각
[이슈분석] 기업인 망신주기 되풀이되나…김태한 삼바 대표 영장 또 기각
  • 이연춘
  • 승인 2019.07.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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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대표의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또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타격이 예상된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 재경팀장 심모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김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를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더라도 자신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이라며 "주총 의결 등 필요한 절차도 다 밟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김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해 청구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구속영장은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에 착수한 이후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첫 사례라,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망신주기'를 통해 일단 '구속 후 수사'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별건까지 꺼낸 것은 이번 구속영장에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가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허위 재무제표를 제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혐의 등 본류 수사인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처음으로 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여론의 악화가 우려된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부담을 떠앉아야 하는 입장이다. 법원이 또다시 김 대표의 주장을 인정함에 따라 검찰의 분식회계 관련 혐의 규명 계획도 일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 압수수색 이후 수사 7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수사의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서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 적용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기업의 경영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뿐만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수사로 이어지면서 재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검찰의 '삼성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한다. 공권력을 앞세운 '물타기·여론몰이식 수사'로 글로벌 기업 하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검찰이 삼성바이오건에 왜 이리 집요하게 매달리냐"며 "세간의 추측대로 혹은 이 정부의 코드에 따라 삼성이란 재벌을 해체하자는 건가 아니면 그저 법대로 할뿐, 다른 고려없이 나오면 나오는대로 끝까지 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식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에서 이 부회장을 소환하는 순간, 삼성의 총수가 또다시 한국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는 뉴스가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고, 외국의 경쟁기업들은 좋아서 날뛸 것이고 뻔한 일 아닌가라고 했다.

석 변호사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건이 과연 회사임원들을 굴비엮듯 구속하고 삼성 전체를 흔들 정도로 심각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경제계의 반론도 상당하다"며 "검찰은 총수가 검찰수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가 돼도 삼성이란 기업은 끄떡없다거나 오히려 더 잘 돌아간다는 식의 주관적인 명분을 앞세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