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했다.
포용적·혁신적 금융의 최전선에서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춰온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금융분야 영향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이번에 상당 폭의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금융위원장이 임기 3년의 자리이지만 이런 때 인사권자의 선택 폭을 넓혀드리고자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982년 제25회 행정공시를 통해 공직사회에 입문한 뒤 경제·금융 분야에서만 30여년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과 외화자금 과장, 국제금융과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지낸 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SGI서울보증 대표이사, 수출입은행장 등을 맡았다. 이후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다.
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을 잘 이해하고 실행에 옮긴 인물로 평가된다.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인 '포용'과 '혁신'에 맞춰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과 혁신 금융기술 개발·지원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평소 최 위원장이 금융 혁신을 위해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에서도 포용적 금융과 혁신적 금융을 동시에 추구하는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당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금융혁신의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위원장 임기 내 금융위원회가 추진했던 포용적 금융 정책으로는 카드수수료 인하, 부실채권 채무조정 지원 확대, 신 코픽스(COPIX) 제도 도입, 청년 전·월세 지원 확대 등이 있다.
혁신적 금융으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신용정보 빅데이터 개방 추진, 코스닥시장 활성화, 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추진 등이 있다. 특히,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사들의 핀테크·스타트업 육성 센터 오픈 행사에 항상 참석하는 등 혁신금융과 핀테크 육성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에 대해 "카드수수료 인하나 인터넷은행 등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들 중 성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포용적 금융과 혁신적 금융이라는 뚜렷한 소신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위원장 후임은?...'은성수·김용범·이동걸' 하마평 무성
현재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금융위원장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18일 최 위원장이 차기 금융위원장 자리에는 공정거래위원장과 손발이 잘 맞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이에 걸맞는 인사가 내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은 행장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서 금융정책과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등 최 위원장과 비슷한 길을 밟아왔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서 경제·금융을 담당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상임이사를 맡는 등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김 전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5월까지 부위원장을 지냈던 만큼 현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강점이 있다.
취임 1년 7개월 만에 금호타이어 매각,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인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딜을 성공시킨 이 산은 회장도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