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은 아나운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에 "더 이상 안쓰럽지 않아"
손정은 아나운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에 "더 이상 안쓰럽지 않아"
  • 김유진 기자
  • 승인 2019.07.18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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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아나운서
손정은 아나운서 l 연합뉴스

손정은 MBC 아나운서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 처음 진정서를 제출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얘들아, 어제 너희가 직장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 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다.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 했다.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라고 적었다. 

이어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갔다.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 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 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손 아나운서는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 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라며 “모두 정규직이 될 거라며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던 그 국장은, 요즘 매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도 물어보렴. 그때 왜 쓸데없는 희망을 주셨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하신거냐고”라며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 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라고 했다.

손 아나운서는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초인적인 덕성이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랐고 그 작은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너희가 남았다”라고 했다.

이어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이니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 플레이에 나섰더구나“라며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희의 고통을 직장 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다음은 손정은 글 전문.

얘들아, 어제 너희가 직장내 금지법으로 MBC를 신고했다는 기사를 보고 밤새 고민하다 이 글을 쓴다.

2016년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신동호 전 아나운서국장은 인사발령이 뜨기 전에 국장실을 비웠지. 난 한마디 통보도 듣지 못한 채 오후에 짐을 싸서 그 다음주부터 사회공헌실로 출근해야만했다. 그는 그렇게 11명의 아나운서를 다른 부서로 보냈고, 그 인력을 대체할 사람들 11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말을 잘 들을 거라 생각했겠지. 실제로 너희들은 최선을 다해 방송했고, 그렇게 우리들의 자리는, 너희의 얼굴로 채워져갔다. 억울할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방송을 하러 들어왔을 뿐인데, 들어오는 방송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거냐 할수 있겠지. 너희들은 실제로 나에게와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너희가 안쓰럽고 또 기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무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구나.

모두 정규직이 될거라며 끊임없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던 그 국장은, 요즘 매일 아나운서국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가 나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에게도 물어보렴. 그때 왜 쓸데없는 희망을 주셨냐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 왜 하신거냐고.

안타깝게도 실제 파업이 이뤄졌을 당시 너희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다. 그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재계약 운운하며 뽑은 이유대로 행동하길 요구하는 당시 경영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당연히 쉽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 당시 너희와 같은 처지였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본인의 신념을 이유로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초인적인 덕성이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에는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따랐고 그 작은 힘들이 모여 MBC는 바뀔 수 있었다.

그리고 너희가 남았다.

회사는 계약이 종료됐다 말하고, 너희는 갱신 기대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가처분 상태이니 만큼 회사에 출근하고, 급여를 지급해주며, 법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회사를 너희는 직장 괴롭힘 1호로 지목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더구나.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보자. 만약 법의 판단이 너희가 맞다고 선언한다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너희의 고통을 직장괴롭힘의 대명사로 만들기에는 실제 이 법이 보호해야할 대상이 우리 사회에 차고도 넘쳐, 마음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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