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 날인 누락된 영장으로 압수했어도 증거능력 인정“
대법 "판사 날인 누락된 영장으로 압수했어도 증거능력 인정“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7.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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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결함 있지만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 침해하는 정도 아냐
증거능력 부정하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반해
차단봉이 내려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차단봉이 내려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사진=연합뉴스

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영장으로 압수한 증거물이라도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8도20504)이 나왔다. 비록 절차상 결함이 인정되더라도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부합한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9)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에서는 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수집된 증거에 증거능력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영장에 절차상 결함이 있지만, 이는 법관이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에 기초하여 취득된 것"이라며 "절차 조항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지 않고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까지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높은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영장에 따라 수집한 파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획득한 2차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자동차 변속기 검사장비 제작업체의 기술영업이사인 A는 2013년 7월 회사 영업기밀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를 수사하던 경찰은 2015년 수원지법 영장담당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따라 그의 노트북을 압수했고, 파일을 복제했다. 그런데 판사가 발부한 영장 서명·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절차적 결함이 있었다.

이에 A는 "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압수수색영장은 위법하고, 이에 따라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압수수색영장이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발부됐기 때문에 유효한 영장이고, 이 영장에 따라 압수한 증거물도 증거능력을 갖는다"며 A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영장이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