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의 경영상황, 출구가 안보인다…국내외 '퍼펙트 스톰' 직면
[현장] 삼성의 경영상황, 출구가 안보인다…국내외 '퍼펙트 스톰' 직면
  • 이연춘
  • 승인 2019.07.16 11: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잇따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나섰다. 삼성의 경영상황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봐서다. 실적 악화, 시장 상황, 신사업, 외교 이슈, 사회 이슈 등 곳곳에 리스크가 동시에 몰려오는 '역대급 위기'다.

이 부회장은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리스크 대비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삼성의 경영상황이 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난 초대형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서 꼬인 매듭을 풀기 쉽지 않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인 지난 13일 오후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이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과 이를 시나리오별로 대응하자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삼성 죽이기'에 공조하고 있는 황당한 모양새가 됐다"며 "현실을 무시한 도덕적인 독선에 기반한 정책은 '제 2의 IMF'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이 직면한 현실은 사면초가에 가깝다. 우선 주력 사업에서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며 전년대비 매출은 4.24%, 영업이익은 56.29% 쪼그라들었다. 지난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 개선도 불투명하다는 것. 하반기에도 주력 사업의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인해 삼성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시켜나가는데 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화성 캠퍼스 극자외선(EUV) 건설 현장을 찾아 "비메모리를 키워 세계 시장을 석권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6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와 같은 신산업 분야에 2030년까지 총 8조4000억원, 민간이 총 18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라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이런 로드맵은 말그대로 무용지물로 전락할 상황에 처했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급제동이 걸렸고 바이오 산업은 분식회계 논란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바이오 분야 대표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사정 당국의 파상공세는 '정책 리스크'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임직원들에 대해 연이어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를 지난 10일 재 소환하는 등 관련자에 대한 줄소환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는 '분식 회계 의혹'에서 시작됐지만, 수사가 시작되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인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분식'이라고 규정하며 여론전을 한창이다. 특히 1년도 훌쩍 넘기고 있는 수사 기간도 문제지만 사건의 본질을 '분식회계'에서 '승계 이슈'로 변질시키는 데 대한 재계 반발도 크다. 삼성 내부는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압수수색으로 이미 쑥대밭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한다"며 "프로크루스테스는 붙잡아 온 사람을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크면 발을 잘랐고, 키가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를 억지로 잡아 늘였음 금융감독원이 '세 번'에 걸쳐 판단을 바꾼 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삼성은 분식회계를 했다'는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객관적인 다른 사실들은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삼성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고, 삼성은 '약속 이행'을 대외적으로 선언했지만, '발이 묶여 있는' 삼성이 과연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기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줄 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 상태는 삼성이 망하길 바라왔던 한국 내 일부 세력과 일본 강경 우파들의 바람이 결국 이뤄지는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아직까지 삼성이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탄했다.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는 가려질 것인데, 재판도 받기 전에 수사도 끝나기도 전에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이 덜된 팩트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핵심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유죄'를 예단하는 수사당국의 분위기 조성은 그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가 경제 보복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계의 셈법도 다양하게 분출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 경제가 잘 되려면 일본 문제도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 기업을 포함한 국민들이 우리 정부를 지원하고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약속과 거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치권이) 도와달라. 제가 아는 일본 기업인들은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었다. (두 나라의) 정치가 기업으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게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등 정부와 정치권에 도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