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 강제회수 가능“
대법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 강제회수 가능“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7.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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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자 "강제집행 막아달라" 소송 패소
소재지는 불명확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사진=연합뉴스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인 배익기 씨./사진=연합뉴스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익기(56·고서적 수입판매상) 씨가 문화재청의 서적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패소했다(2019다228261).

이번 판결에 따라 상주본의 법적 소유권자인 국가(문화재청)가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상주본을 회수할 수 있게 됐으나, 상주본 소재지는 배씨만이 알고 있어 회수 가능성은 아직 불명확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배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으로 그대로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경북 상주에 살던 배씨는 2008년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며 상주본을 처음 세상에 공개했지만, 같은 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A가 "자신의 가게에서 훔쳤다"고 주장하며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1년 5월 “(골동품 판매상) A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후 A는 2012년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사망하여 소유권은 현재 국가에 있다.

한편 민사소송과 별도로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2011년 9월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항소심과 2014년 대법원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확정했다. 이에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됐으니 상주본의 소유권은 자기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상주본의 소재를 밝히지 않았다.

이후 2017년 문화재청은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배씨에게 "상주본을 인도하지 않으면 반환소송과 함께 문화재 은닉에 관한 범죄로 고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배씨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국가가 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며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한 민사판결의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은 "형사사건 무죄판결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 공소사실이 존재하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배씨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상주본은 일부가 공개됐을 뿐 배씨가 소장처를 밝히지 않아 10년 넘게 행방이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상주본의 훼손 및 분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춘 훈민정음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그 일부가 탄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화재 당시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훈민정음 상주본을 꺼냈고, 이후 자신만 아는 곳에 이를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춘 훈민정음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가 탔다./사진=연합뉴스
2008년 이후 모습을 감춘 훈민정음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가 탔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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