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 '가시권'...7월? 8월? 저울질
한은, 기준금리 인하 '가시권'...7월? 8월? 저울질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7.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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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동결·8월 인하 전망 '우세'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경기지표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 수출 규제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기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이에 시장의 초점은 올해안 기준금리 인하 여부보다 인하 시점에 쏠리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8일 정기회의를 열고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 인상한 뒤 8개월째 동결해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3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3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시장은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국내 경기 지표가 계속 부진한 탓이다.

우선 올해 1분기(1~3월) 실질 GDP 성장률이 -0.4%로 역성장한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 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이 4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2.5%)도 달성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올해 들어 6개월째 0%대를 기록해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1.1%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상승률인 2.1~2.5%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5월 금통위에서 세계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와 물가가 기존 전망치에 부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위원들의 의구심이 커진 가운데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0.2%포인트 하향된 점, 설비투자와 수출입 전망치도 마이너스로 대폭 낮춘 점 등이 통화정책 공조 시그널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5월 금통위 이후 국내 물가는 여전히 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 폭이 확대되는 등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수출 규제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김상봉 국가미래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생산·수출 감소가 가시화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73~1.96%로 하강할지 모른다"며 "가뜩이나 수출 및 투자 부진 여파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피해까지 현실화하면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은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을 경제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금통위 내에서 기준금리를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사실상 2명으로 확대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쏠리고 있다.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실질적인 인하는 8월에 단행할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8월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달 하반기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미 연준에 앞서서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적이 없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7월보다는 8월에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하향 조정하며 금리인하를 통한 부양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건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1.75% 동결을 전망한다"며 "5월 회의 때처럼 8월 초 발표되는 의사록을 통해 중립 위원들의 사실상 인하 찬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중혁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역시 빠르면 이번 금통위에서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함께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오는 8월 인하 시그널을 제공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