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보복]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이재용 부회장, '컨틴전시 플랜' 주문
[일본경제보복]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이재용 부회장, '컨틴전시 플랜' 주문
  • 이연춘
  • 승인 2019.07.1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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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당장 급한 반도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TV·스마트폰까지 포함한 비상계획이 필요하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한 직후 소집한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사업 전반의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5박 6일간 일본 출장을 마친 이 부회장의 첫 메시지는 '컨틴전시 플랜(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는 장기 계획)' 수립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5박6일의 일본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해 지난 7일 출장길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방일 기간에 현지 재계, 금융계 인사들과 이번 사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접 지원'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될 정도로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한다.

특히 이번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일본 현지 소재 생산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현지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는 추측 등이 나왔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면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로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사장단에게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지시하면서 일본이 수입 통제를 확대할 경우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대전화와 TV 등 모든 제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핵심 소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중국, 대만, 러시아 등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국내 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은 기업이 비상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일본 출장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철저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가 필요해진다. 사실상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1100여개 수입 품목이 수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위기로 불안감은 더 커지는 분위기이다. 일본전문가 10명 중 9명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제재에 대해 한국기업의 피해가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정부가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에 대해 우선적으로 외교적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일본정부가 이달 4일부터 한국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핵심소재 3개 품목(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수출 제재를 시행함에 따른 영향에 대해 일본전문가들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밝혔다. 설문응답자는 일본 교역·투자 기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학계‧연구계 통상전문가 50명이다.

일본의 수출제재에 대한 한국기업의 피해정도에 대해 응답자는 '매우 높다(54%)'거나 '약간 높다(40%)'고 응답해 그 정도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출제재 조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7월 21일)와 관련해 응답자의 70%는 선거 이후에도 일본정부가 수출제재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제재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한국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62%)'이라는 응답 비중이 '일본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12%)'이라는 응답의 약 5배에 달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일본의 한국 수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외에 다른 소재에서도 추가제재가 예상된다"며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재들이 많으므로 이번 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 조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