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경고등 켜진 韓 간판기업 신용도…주주환원 강화로 재무부담은 가중
[이슈분석] 경고등 켜진 韓 간판기업 신용도…주주환원 강화로 재무부담은 가중
  • 이연춘
  • 승인 2019.07.1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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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일본 무역보복으로 한국 200대 간판기업들의 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졌다.

험난한 영업환경과 규제 리스크에 더해 미·중 무역 분쟁 및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주력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2일 한국 200대 기업의 신용도가 차입금 증가와 실적 둔화로 하락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무역분쟁 심화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나타났으며, 향후 12개월간 한국 기업의 신용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우리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외부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보다 각각 60%, 69% 감소했다.

S&P는 "수출의존형 산업인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정유·화학 산업은 향후 1∼2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이라며 "많은 한국 기업이 영업 현금흐름 감소세에도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는 공격적인 재무 정책을 도입해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작년 말부터 몇몇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

S&P는 올 들어 이마트·LG화학·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7곳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 2일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여기에 과도한 주주 환원 정책이 해당 기업 신용등급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배당 수준을 고려하면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배당이 늘어나면 기업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는다"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주 환원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 하향이 상향보다 많은 부정적인 흐름으로 전환됐다"며 "올해 들어 한국 기업 중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상향조정된 곳은 없다"며 "어려운 영업환경과 공격적인 재무 정책을 고려하면 부정적인 신용도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무디스, 피치 등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고 0.5%포인트까지 깎아내리며 2% 초반으로 낮춰 잡았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종전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 및 제조업 위축 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간판기업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깎일 수 있다고 경고한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어려움에 직면할 업종을 조목조목 짚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신용등급 급변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박세현 S&P 이사는 "여러 하방 압력에도 한국 기업들은 양호한 운영효율성과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시장 지위를 점하고 있어 신용등급이 급격히 변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며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고 일갈했다.

박 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 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박 회장은 "중국,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며 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다들 전통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폭풍처럼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예견해서 첨단기술과 신산업에 몰입한다"며 "우리는 기반 과학도 모자라는 데다가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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