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건물주의 새 임차인 주선 거부로 손해 본 권리금, 손배청구 가능”
대법 “건물주의 새 임차인 주선 거부로 손해 본 권리금, 손배청구 가능”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9.07.1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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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의 명백한 거부 표시에도 임차인에게 새 임차인 주선요구는 부당

[비즈트리뷴=박병욱 기자] 상가 건물주가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상가 건물주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8다284226)이 나왔다.

건물주가 임차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권리금도 부담하지 않은 채 임차인이 영업하던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부당한 임대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가 임차인 A가 임대인 B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수원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건물주가 상가를 직접 이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실제로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줘야 할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A는 2012년 B로부터 상가를 임차해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이후 2016년 10월경 B는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부하면서 A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하더라도 더 이상 임대하지 않고 직접 상가를 사용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B가 상가를 인도받아 직접 커피전문점을 개업하자, A는 "새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3천7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자신이 주선한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되고, 방해한 경우에는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A는 "상가를 직접 사용하겠다는 B때문에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못했고, 결국 새 임차인에게 받을 권리금 3천70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반면 B는 "권리금을 받으려면 새 임차인을 주선해야 하는데 A가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금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2심은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새 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는데 A가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이 새 임차인에 임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경우에는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아도 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