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숨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수사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삼바 수사와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외변수까지 맞물리면서 삼성 전반의 경영 타격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5일 김태한 삼바 대표를 재소환했다. 지난 5월 21일 마지막으로 불러 조사한 지 40여일 만이다. 김 대표는 5월 세 차례 조사를 받고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김 대표 재소환을 통해 다소 소강상태였던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무차별적인 수사로 인한 여론 재판과 경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재차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건과 관련해 잇따른 주요 경영진의 검찰 소환과 구속 등이 이어지면서 업무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고 있고 있다는 우려도 삼성 내부 분위기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히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법원이 삼성바이오에서 제기한 증선위의 중징계 처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에서 판단한 내용 중 일부다. 검찰이 주장하는 기존 증거만으로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점이 명백하지 않다는 취지다.
앞서 상반기내내 사실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수사 관련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파장이 삼바뿐만 아니라 삼성 전 계열사로 확대됐다. 이런 무차별적인 수사가 삼성 계열사들의 신뢰도 하락 등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졌다.
경영 타격은 삼성 전 계열사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맞물려서 이뤄지고 있다보니 관련 회사들을 중심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되면서 법원의 판결을 받기도 전에 이미 여론 재판을 통해 범죄의 낙인 효과가 찍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전에 피의 사실이 공표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으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증거주의 원칙 등 법치주의에도 반한다는 것이다.
재계가 삼성과 관련된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공소제기 전에 피의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선입견을 주는 이른바 여론재판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 계열사는 무려 13차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2017년 2차례, 2016년 4차례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올 들어 19번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 한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그에 따른 여론 재판이 낙인 효과로 이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상당수 경제·법학 전문가들이 정점으로 치닫는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수사기관이 금해야 할 '피의사실 공표'의 경계를 과도하게 넘어섰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길게 끌고 가면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정보들이 기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바 뿐만아니라 삼성 전 계열사로 악영향이 커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자체가 엉터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 인멸 논란과 관련 압수수색 기간의 일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기간이 아닌 기간에 이런 행위는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자위권이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식회계의 객관적 증거는 찾을 수가 없는 사안인데 이를 증명할 길이 없으니 증거은닉이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로 몰아가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심 쟁점 가운데 삼성바이오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판단했다는 것이 분식회계로 봐야하는 건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쿠팡을 예로 들어 "연간 1조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고 한번도 흑자를 내어 보지 못한 쿠팡의 기업가치가 왜 10조원이냐고 근거를 대라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을까"라며 "기업이 상장되기 전의 기업 가치는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지은 죄가 없는데 왜 서버를 숨겼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수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에 의한 별건 수사와 범죄가 되지 않은 일로 시달려 왔다"며 "기업에게 일방적 비난을 하기 전에 우리나라 검찰과 공정위등 행정 권력이 얼마나 직권 남용과 별건 수사등을 통해 기업들을 들볶아 왔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