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 시계제로] 대내외 불확실성 최고조…괴롭힘 금지법에 채용절차법까지
[재계 경영 시계제로] 대내외 불확실성 최고조…괴롭힘 금지법에 채용절차법까지
  • 이연춘
  • 승인 2019.07.09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이 시계제로에 직면하면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핵심 소재 추가 확보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계는 일본의 추가 보복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블라인드 채용에 괴롭힘 금지법까지 곳곳에 경영행보에 악재가 겹쳐져 있다.

하반기 경영전략을 짜기에도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재계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게 A그룹 고위 관계자 얘기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9년 하반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을 법률로 명시·금지하고 괴롭힘 발생시 사용자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의무를 규정했다. 근로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과 안내책자를 마련, 배포하고 있다.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해당 사실을 신고받거나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아울러 채용절차에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인 '채용절차법'도 다음달 17일부터 시행된다. 채용절차법은 채용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청탁·압력·강요 등의 행위에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특히 직무 수행과 무관한 구직자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이나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정보를 요구하거나 구직자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정보를 기초 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는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현장에서 나타난 채용비리나 채용강요 등의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기업의 채용 과정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시행령을 마련한 고용부조차 기업 채용 과정에서의 부당 청탁을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는 해외 사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내외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은 산적하지만 하반기 경영 환경은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정작 본업에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모습이다. 개정법 시행으로 사내 소통 단절, 허위 신고, 교육 남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시행 초기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해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부당한 채용 청탁은 개선해야 하지만 정부 개입이 아닌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또 하나의 규제이자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 될 소지가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격화될수록 기업과 정부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며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경제의 구조적 침하(沈下)는 불가피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