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년 사이 무슨 일이] "사장님, 올해 성과급 두둑하나요?"…이직률 두배 ‘껑충’
[현대차, 1년 사이 무슨 일이] "사장님, 올해 성과급 두둑하나요?"…이직률 두배 ‘껑충’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7.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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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사장님, 올해 성과금 두둑하나요? 수고하세요.”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현대자동차 직원의 이메일 내용이다. 현대차 직원으로 보이는 한 직원이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에게 메일을 보내 성과급에 대해 직접 물어본 것. 지난 3일자로 발송된 것으로 보이는 이 메일이 실제 이 사장에게 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CEO에게 직접 성과금을 묻는 이 직원의 메일은 이른바 ‘현차 히어로’로 일컬어지며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최근 현대차 분위기의 단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최근 현대차의 분위기는 과거 선호 직장 1위를 다투던 당시와는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일 공개된 현대차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는 이런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사진=현대차
사진=현대차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총이직률(국내 기준)은 지난해 기준 3.6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1.75%의 두 배 이상으로 상승한 수치다. 2016년 1.23%에 비하면 세 배 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대기업 평균 이직률이 2.9%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이직률(퇴직률)은 2.3%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스로 사표를 내고 이직한 자발적 이직률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자발적 이직률은 0.70%로 전년의 0.35%의 두 배 이상 늘었다. 

매년 채용 시장에서 최선호 직장 상위권을 다투던 현대차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실적악화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의 감소를 겪은 바 있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최악의 연간 실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 되면서 단기적으로 현대차의 실적회복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지난해 이직률 상승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직원의 처우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에 성과급 250%와 28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으로 타결됐다. 이는 임금이 동결됐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성과급이 3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실적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의 기업과 비교되는 상황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이사에게 직접 성과급을 묻는 직원이 SNS에서 ‘히어로’가 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지난해 이원희 사장은 연봉 10억3100만원을 수령해 전년 보다 30% 가량 보수가 늘어난 바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직장 선호도의 변화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대차는 이른바 ‘현대 문화’가 집대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과 자유로운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이탈을 가져왔으리라는 관측이다. 

실제 최근 선호 직장 조사에서 현대차가 선두를 내어준지는 오래됐다. 최근 인터크루가 조사한 대학생 취업선호 직장에서는 네이버, CJ ENM, 삼성전자가 각각 1~3위를 차지했고 지난 2월 사람인의 조사에서는 삼성전자, 카카오, 한국전력이 1~3위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는 현대 특유의 경직된 조직문화 등에 대한 선호가 낮은 편”이라며 “오히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가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