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人사이드] 민간 외교관 광폭 행보 나선 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人사이드] 민간 외교관 광폭 행보 나선 이재용·정의선·구광모
  • 이연춘
  • 승인 2019.07.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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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들은 오늘도 경영현장을 발로 뛴다. 잠깐 쉬면 영원히 뒤쳐질 수 있다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업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재계 인사들.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경영무대에서 재계 인사들은 하나의 기업을 넘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선장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즈트리뷴은 매주 금요일자로 한 주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을 쫒아가 본다. [편집자 주]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4일 오후 7시경.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들어섰다.

이 부회장이 재계 1위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데 이어 최근 세대교체가 이뤄진 젊은 총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격화되는 한일 경제전쟁에 민간 경제외교 역량을 인정받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도 내놓았다. 과거사 등 정치적 갈등과 맞물려 양국 간 관계에 긴장감이 감도는 탓이다.
 
이날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함께 승용차를 탑승해 만찬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상당한 시간동안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총수들은 손 회장과 만나 미래 혁신 전략과 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국내 벤처 기업 쿠팡에 30억 달러(약 3조5700억원)를 투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 이재용)으로 삼성 총수 자격을 ‘공인’받은 이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 등 글로벌 사업을 점검하며 국내외 공식 일정만 10여 차례 소화했다. 지난해 5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BYD, 화웨이, 샤오미와 NTT도코모 등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만났고, 같은 해 7월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과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인도, 베트남, UAE 등에서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얼어붙은 한일 관계 속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 셈"이라며 "한일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통해 소원해지고 있는 양국 관계에 온가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이 부회장, 정 수석부회장, 구 회장 등 총수들은 깜짝 회동을 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경제 외교는 재계 안팎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해외 정상급 인사를 직접 만나면서 일종의 보국 행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하고 있어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발빠른 기동력으로 국내 기업의 사업 기회 모색 등 민간 외교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경영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최근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경제전쟁, 화웨이 사태, 글로벌 반도체 시황 둔화, 디스플레이 경쟁 과열,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등 대내외에 위험요인이 산적하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며 "특히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와 그룹 총수와의 승지원 회동은 단순히 사업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내 재계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민간 경제외교 역량을 다시 인정받는 자리가 됐다는 것.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이 부회장의 민간 외관 행보에 파트너로 보폭을 넓힌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은 재계 3~4세 뉴리더로서 닯은 꼴 행보는 자연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세대 교체가 이뤄진 재계에서 4차 산업과 IT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교류를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업 총수들 입장에선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한국 수출 제재 등 대외적으로 중요한 시점이라, 대내외 사정에 밝은 손 회장을 통해 관련 정보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와 전자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경쟁과 협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