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몽원 회장, 만도 조직개편 반년만에 구조조정…왜?
[이슈분석] 정몽원 회장, 만도 조직개편 반년만에 구조조정…왜?
  • 강필성 기자
  • 승인 2019.07.03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한라그룹의 주요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만도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이 눈길을 끌고 있다. 만도의 대규모 조직개편이 이뤄진지 불과 7개월만에 임원 20%를 감축하는 등의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와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지만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구조조정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에 의존적인 매출에 안주하던 전략이 결국 한계점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만도는 지난 1일자로 공동대표를 맡아온 송범석 부사장을 비롯해 20명 안팎의 임원에 대한 사퇴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달 말에는 대리급 이상 일반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접수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ㅣ사진=한라그룹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ㅣ사진=한라그룹

만도의 공동대표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최근 임직원 이메일을 통해 “올해 사업계획 달성 여부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역성장을 하지 않으리라는 장담을 하기 어려운 엄중한 위기”라며 “회사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비상한 경영 효율화 조치들을 결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만도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만도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부문을 신설할 때만 하더라도 높은 성장성을 자신한 바 있다.

문제는 실적이었다. 만도의 지난 1분기 만도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감소했다. 실적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시장의 부진이다. 

만도는 1분기 국내시장과 미국시장의 수익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서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만도는 지난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9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 시장은 만도의 매출 중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큰 시장이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1분기 중국시장의 부진으로 인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추락하는 등 위기를 겪는 중이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중국 생산공장에 대한 가동중단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만도는 2분기에도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성 악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만도는 가장 큰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회복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여기에는 향후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회복되더라도 수혜를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중국 현지 부품 사용을 제한했지만 올해부터는 원가절감을 위해 현지 업체의 입찰이 가능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희망퇴직의 비용을 감안해 비교적 여유가 있을 때 선제적으로 진행하는 구조조정으로 보인다”며 “이는 고정비를 줄여 영업이익을 올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만도가 그만큼 앞날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친인척 그룹인 현대·기아차의 물량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 만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정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사촌사이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만도의 물량을 납품 받으며 직·간접적인 성장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다른 거래선의 비중을 높이지 못한 만도의 동반 위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만도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BU제로 조직 슬림화를 갖춘 만도가 글로벌 조직과 인적 리소스를 재구성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며 “건강한 회사, 영속적인 기업을 만들기의 완성의 단계로 미래를 준비하는 만도에게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