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경제전쟁] 아베의 도발 '수출산업 심장' 겨냥…WTO 제소 맞대응
[韓日 경제전쟁] 아베의 도발 '수출산업 심장' 겨냥…WTO 제소 맞대응
  • 이연춘
  • 승인 2019.07.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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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일본이 한국 수출산업의 심장인 반도체·디스플레이를 겨냥한 수출 규제를 발동했다. 한국이 들여오는 반도체용 부품, 재료의 공급처를 차단해 결과적으로 완제품 수출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보니 한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는 4일부터 반도체 등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한다.

경제산업성은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의 토대 위에 구축되는 것이나 관계부처 검토 결과 일한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된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 수출 관리를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졌으며 한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던 일도 있어 수출관리제도를 엄격히 운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 언론들도 이번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다만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관련 물자를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 허가가 필요해졌다. 통상 신청에서 승인까지 90일가량이 걸리지만 서류 보완 등을 이유로 얼마든지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불거진 한일 간 정치·외교적 갈등이 기습적인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며 가뜩이나 꼬여 있는 양국 관계는 더 격랑으로 빠져들게 됐다.

한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밝히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한·일이 경제 분야에서 정면충돌하기는 1965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혀 한·일 간 벌어졌던 과거사 갈등은 이제 '경제 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WTO 제소를 비롯해 필요한 대응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성 장관은 규정했다.

문제는 한국이 여론전 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WTO를 통한 해결이나 수입처 다변화 등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여행 및 소비재 수입을 규제하는 등 다른 맞대응 방안도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을 통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양국 간 협력적 경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며 "선린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공동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의도 "기업들은 양국관계 악화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우호적 경제관계를 회복하고 양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