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이사회, 누진제 개편안 가결...7∼8월 전기료 내린다
한전 이사회, 누진제 개편안 가결...7∼8월 전기료 내린다
  • 이서진 기자
  • 승인 2019.06.2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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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세종)=이서진 기자] 한국전력 이사회가 28일 적자부담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정부는 조만간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를 거쳐 다음 달부터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한전의 적자부담을 고려해 관계부처, 국회와 협의를 거쳐 일정 손실분을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펴왔다.

   
한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임시이사회를 갖고 지난 21일 의결을 보류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재논의한 끝에 이를 한전 전기요금 약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1시간45분 만에 끝났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사장 등 사내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8명으로 이뤄졌으며 김 교수가 의장을 맡고 있다. 안건 통과는 과반수의 표를 얻어야 한다.

   
김태유 이사회 의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실을 찾아 "주택용 전기요금 체제개편을 위한 기본공급약관 개정안은 원안 가결됐으며 아울러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 안건도 함께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과 함께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에 대한 안건이 함께 논의됐다.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개편에서 한전이 요구하는 부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1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알리겠다"며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전반적인 전기요금 체제 개편은 한전 사외이사들이 요구한 데 따라 이번 임시 이사회 안건에 포함됐다. 한전 사외이사들은 임시 이사회에 앞서 간담회를 갖고 한전의 적자 보전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산업부 당국자는 "한전에서 전기요금 체제개편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해오면 그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전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8일 제8차 누진제 TF 회의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 중 여름철 누진구간을 확장하는 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했다.

   
최종 권고안은 기존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냉방기기 등 전기소비가 많은 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확장해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안이다.

   
최종 권고안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1천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최대 3천억원에 달하는 할인액을 한전이 부담할 수 있는지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배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한전 이사회는 결국 결정을 보류했다.

   
공기업인 한전이 정부에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의결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한전 이사회가 의결 보류라는 예상 밖 결정을 한 것과 관련해 한 사외이사는 "정부가 한전의 손실 보전을 확실히 함으로써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을 낮춰야 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전 이사회는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일주일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이사회 개최 결정도 이사회 내에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 속에 이날도 사외이사들은 사전에 별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이를 부결할 경우 파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통과가 된 이상 7월부터 누진제 개편안을 시행하는데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 소액주주들은 임시이사회가 열린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전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대해 항의하며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